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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나토식’이든 ‘한반도식’이든, 핵공유는 없다

2023-04-14 06:00

조회수 : 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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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3년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2021년 가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나토(NATO)식 핵공유’를 주장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생방송 토론 중에 원희룡 후보가 “그렇게 한다해도 발사권은 미국이 갖고 있다”고 꼬집자 유 후보가 “그렇지 않다. 발사권은 공동으로 갖고 있다”고 반박해 팩트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나토식 핵공유’론자들은 미국이 독일, 터기,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5개국 6개 기지에 배치해놓은 공중투하용 B-61 계열 전술핵폭탄 200여기(많게는 330여기까지 추정) 발사권을 미국과 나토가 공동으로 갖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공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B-61은 해당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탄약지원대대(Munitions Support Squadron?MUNSS)가 전적으로 관리·통제하고, 현지 해당국 정부나 군 당국은 접근권한도 없습니다. B-61을 포함해 미군이 모든 핵무기에 부착한 PAL(Permissive Action Link) 장비 때문에 워싱턴에서 직접 송신하는 긴급행동메시지(Emergency Action Message, EAM) 발사코드를 입력하기 전에는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워싱턴에서 즉, 미국 대통령이 발사코드를 줘야만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미국 “핵무기 발사권한 대통령이 독점…동맹국 연루 전쟁에서도 제한 안 돼” 법 체계
 
미국의 핵무기 발사권한은 100% 대통령이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만이 핵무기 운용 및 발사에 관한 기본 권한을 독점하며, 이러한 권한은 주요 동맹국이 연루된 전쟁 상황에서도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은 물론 핵에너지법(1946년, 맥마흔법) 등에 못박아놨습니다. 미국에서 핵을 ‘대통령의 무기’ (the President’s Weapon)라고 부르는 배경입니다.
 
그런데 왜 핵‘공유’라는 표현을 쓸까요? B-61 투하 임무를 기지 소재국 공군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견강부회(牽?附會)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결국, 미국 대통령이 발사코드를 발신하면, 유럽 기지의 미군이 이를 수신해 진본임을 확인한 뒤에 B-61 탄두에 PAL 코드를 입력해 현지 공군에 인계하고, 이들 공군이 자국 전폭기에 장착해 발진하는 것이, 나토식 핵공유의 기본 프로토콜입니다.
 
나토식핵공유가 진짜 핵공유면 NPT위반…역대 나토사령관 모두 미군 유럽사령관이 겸임
 
NATO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미국은 유럽에 배치된 핵무기의 절대적인 통제와 보관을 유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NATO 공식 웹사이트도 "미국은 유럽에 배치된 핵무기의 절대적인 통제와 보관을 유지한다(The United States maintains absolute control and custody of their nuclear weapons forward deployed in Europe)"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전술핵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논란을 비껴간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나토식 핵공유’와 이를 본뜬 ‘한국식 핵공유’가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고, 4월 26일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때 이에 대한 확답을 받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미국-나토 관계와 한미관계는 질적 차이가 엄연하다는 점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전제한 나토식핵공유 주장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한미동맹은 물론 미일동맹도 자동개입 조항이 없지만, 미국은 나토 소속국으로서 다른 회원국이 공격당하면 곧바로 ‘자동개입’하게 돼 있습니다. 북한 핵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미국이 냉전 시기 세계를 양분하고 있던 소련에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MAD) 전략으로 맞서던 수준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나토식핵공유 실체가 이런데도, 마치 이에 버금가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처럼 ‘한국식핵공유’를 띄우는 것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없습니다.
 
4월 26일 한미정상회담. 한미 EDSCG →나토 NPG 변화 예상…상설 사무국 설치 등
 
상황을 종합해보면, 4월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올 합의는, 현재의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 EDSCG)를 나토의 핵계획그룹(Nato Planning Group: NPG) 수준으로 올리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1966년 구성된 나토 NPG는 장관급 테이블이고 명칭에 작전계획을 함께 ‘기획’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계획과 운용을 실제 담당하는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 최고사령관을 미국 유럽사령부 최고사령관이 겸임하기 때문입니다. 1949년 나토 창설 이후 현재까지 단 한번의 예외도 없었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미연합사 사령관 모자까지 2개를 쓰고 있는 것과 똑같습니다. 미군이 나토를 완전히 틀어쥐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도 NPG는 명칭 자체가 협의체(Consultation Group)이고 차관급인 한미간 EDSCG보다는 위상이 확고한데다, 사무국 역할을 맡은 상설 실무그룹과 기술자문을 담당하는 고위그룹이 운영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미국이 나토식핵공유를 거부할 경우, 핵무기를 탑재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근해 상시 배치 정도는 따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3일 미국이 음속 5배 이상인 초음속미사일 그것도 작전가능한, 완전한 시제품 형태의 시험발사에 성공했습니다. 미 공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에서 평양을 13분 만에 타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확실한 군사적 진보가 있는데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에 올라타려는 정치적 선동에 불과할 뿐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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