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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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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6곳 공사 차질"…건설업계 곡소리

시멘트 및 레미콘 수급 불안에 따른 공사 중단·지연 현장 63.6%

2023-04-14 06:00

조회수 : 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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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시멘트, 철근 등 건설 필수 원자재의 수급 불안이 고조되면서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전반적인 업황 침체, 고금리 기조 지속,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업계는 이번 원자재 수급 불안 문제까지 맞닥뜨리며 사업 추진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입니다.
 
정부는 이 같은 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멘트 등 원자재 수급 안정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지만, 국제 원자잿값 동향 등 대내외적 변수와 국내 건설 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전국적인 시멘트 수급 문제 심화…철광석 가격도 급등
 
13일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상위 100위권 내 중·대형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시멘트 및 레미콘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현장은 154곳 중 98곳(63.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국적으로 시멘트 수급 문제가 심화하며 자재를 납품받지 못해 공정에 차질을 빚는 건설 현장이 10곳 중 6곳에 이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시멘트 생산량은 1061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6%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요를 뜻하는 출하량(잠정)은 1066만톤으로 전년 대비 8%가 늘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수요가 증가하며 시멘트 공급 부족이 발생한 것이죠.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 화물연대 운송 거부 사태 후 공사 이월 물량이 있었고, 따뜻한 기온 탓에 동절기 착공을 확대하는 현장이 증가하며 시멘트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콘크리트 강도 기준 강화로 레미콘 생산 시 투입되는 시멘트 사용량이 늘며 시멘트 수요가 증가했다"며 "반면 레미콘 생산량은 줄면서 공급 물량이 감소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철근을 만드는 철광석 가격도 올해 들어 크게 오르는 추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1톤당 128달러로 연초 대비 10.35달러 올랐습니다.
 
특히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며 톤당 79.5달러로 저점을 찍었는데요, 이 당시와 비교하면 무려 60%가량 급등한 가격입니다.
 
정부 안정 방안 강구한다지만…"대내외 불안 변수에 해결 어려워"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정부도 건설 현장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특히 시멘트와 관련해 정부는 설비 가동률을 최대한 유지하고 수출 시기를 조정해 물량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이달 초 시멘트·레미콘 업계에 생산 확대 및 공급 관리를 요청했습니다. 특히 동절기 시멘트 생산 설비 정기보수 일정이 마무리되는 이달 이후부터는 시멘트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 사이 업계 설비 가동률 유지를 독려하고 수출 시기를 조정해 수급 문제도 대응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건설자재 생산량, 재고량 정보가 업계 사이에서 원활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조치만으로 수급 불안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장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가 적기에 들어오지 못하면서 시공 기간이 그만큼 연장되고, 이에 따른 비용 처리 부담이 가중돼 현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정비사업장의 경우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공사 지연은 조합과 업체 간 분쟁의 씨앗이 된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작년 하반기 이후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PF 대출 허들이 너무 높아진 가운데, 이 같은 원자재 수급 문제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사업을 추진할 재간이 없다"며 "정부의 원자재 안정 방안은 사실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다. 실효성 있는 원자재 안정 방안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중소 업계의 줄도산 문제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폐업을 신고한 종합 건설사는 이날 기준 132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4곳)과 비교해 57.1%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전문 공사업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더 확대되는데요, 이날 기준 폐업이 신고된 종합 건설사 및 전문 건설사는 총 1037건으로 전년 동기(895건)보다 15.8% 늘었습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건설 노조 문제, 국제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한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이는 곧 현장에서 공사 기간을 준수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내외적 변수나 건설 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자재 수급 불균형 문제가 단기간 내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 소재 한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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