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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대통령 고유권한인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자,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후로 약 7년 만이며 대한민국 건국 이후 67번째입니다. 오늘 Pick에서는 대통령 거부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관련기사
대통령 거부권이란?
'대통령 거부권'(veto power), 즉,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해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로, 정식 명칭은 ‘재의 요구권’으로 잠정적 거부권(suspensive veto power)의 성질을 지닙니다. 같은 방식의 대통령 법률안 거부권은 미국식 대통령제에서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유일한 견제 수단으로 발전한 제도죠.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해 정부가 이의가 있을 때 행사할 수 있는 헌법상 권한으로, 행정부와 입법부간 의견이 대립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의 기준에 관해 ‘이의가 있을 때’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그 행사를 대통령의 재량에 맡기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veto power)이란 말은 ‘나는 금한다(I forbid)’라는 라틴어에서 출발했고 거부권은 영국을 거쳐 미국에서 제도로 정착됐습니다.
대통령거부권 절차
우리 헌법은 거부권 행사와 관련, '재의 요구'로 이를 표현하면서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현행 헌법 53조에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이를 공포하도록 돼 있습니다. 다만 여야가 처리한 법률안을 공포하는 것에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이를 되돌려보낸 뒤 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법률안을 수정해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해당 법안의 체계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으며, 국회가 정부로 넘겼던 원안에 대해서만 재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 의결은 법률안 공포안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국무회의에서 이뤄집니다.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이 의결되면 법제처가 이를 상신(上申)하는데 상신된 재의요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법률안 결정은 해당 부처의 제기에 따라 법제처가 이를 심의,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을 거쳐 대통령에 보고해 결재를 받으면 즉각 국회에 통보되고 법안은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할 때는 국회는 반드시 이를 본회의에 상정해야 합니다.
국회 재표결(재의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최종적인 처리는 국회가 결정합니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에 대해서 국회에서 재의결에 붙여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그대로 법률로서 확정됩니다. 법률이 확정된 후 또는 확정법률이 정부에 이송된 후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이를 공포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포한 날로부터 20일이 경과하면서 효력이 발생합니다. 재의결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또다시 재의 요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재의 요구한 법률안이 관련 절차와 규정에 따라 의결되면 법률로 최종 확정되는 것이죠. 다만 재의요구된 법률안을 언제까지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는 시한규정은 없어 대통령에 의해 재의 요구된 법률안이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사례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66번 가운데 절반인 33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법안이 확정됐습니다. 민주화 이후인 1988년 이후로는 16건 중 1건 밖에 없습니다. 재의결을 거쳐 법률로 최종 확정된 경우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석수는 전체 5분의 1도 안 됐습니다.
역대 대통령 거부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첫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모두 67건이 됐습니다. 지난 2016년 5월이 마지막이었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었습니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7년간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없었던 거죠. 1948년 7월17일 제헌헌법에 대통령 거부권 조항이 명문화된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건, 박정희 전 대통령이 5건을 행사했는데 거부권 행사의 약 75%가 권위주의 정권에서 이뤄진 셈입니다. 1988년 6공화국 출범 이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체로 줄어들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6건, 박근혜 전 대통령 2건, 이명박 전 대통령 1건 순이었습니다. 반면,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재의를 요구하면서 거부권 행사 사례는 17건으로 늘었습니다. 거부권 행사가 많았을 때는 모두 ‘여소야대' 국면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경우에도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을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었습니다. 그 뒤 2016년 새누리당이 총선에 참패하고 또 한 번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한 달 앞두고 여야가 통과시킨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요. 당시 여당은 친이가 아닌 친박계가 장악한 상태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13대 국회에서 발의된 ‘국정감사 조사법’ ‘증언 감정법’ ‘해직 공직자 복직 보상 특별조치법’ ‘지방자치법’ ‘노동쟁의 조정법’ ‘노동조합법’ ‘국민의료보험법 7개 법안을 거부했으며 이 법안들은 추후 모두 폐기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16·17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중 5개 법안은 폐기됐으며, 1개 법안은 재의결됐습니다. 가운데 2건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건 당시 총리가 행사한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에 2013년 1월 22일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 법안은 최종 폐기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2015년 6월 25일과 2016년 5월 27일 국회법 개정안 총 2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2개 법안 모두 폐기됐습니다.
미국 대통령 거부권은?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절차에 대해서 정한 것은 미국 연방헌법 제1조 제7항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법률안제출권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입법에 관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법률안거부권입니다. 미국은 ▲법안이 기존 법에 위배되는 경우 ▲대통령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경우 ▲현명하지 않은 공공정책인 경우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경우 등으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에서 제출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서명을 하지 않고 거부하는 이유를 밝혀 의회에 돌려보내는 것으로 행사됩니다. 의회는 이렇게 거부된 법안을 상하양원 각각에서 3분의 2의 찬성으로 재의결되면 바로 법률로 확정되는데 이것을 ‘환부거부(return veto)'’라 합니다. 또 의회가 법안을 의결해 행정부로 송부한 지 10일 이내에 대통령이 서명이나 거부를 해야한다는 시한을 활용, 폐기시키는 경우도 있는데요 의회 회기가 임박해서 넘어온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회기 종료일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자동폐기 되는데 이를 ‘유보 거부(pocket veto0)’라 합니다. 미국의 헌법상 대통령은 ‘일부 거부(item veto)’권을 가지지 않아 법률안의 일부만 거부하고 나머지는 승인할 수는 없습니다.
-미 역대 대통령 거부권: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부터 바이든 대통령까지 모두 45명의 대통령 가운데 거부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은 7명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최초의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으로 2번 행사했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보류거부를 최초로 행사한 미국 대통령은 미국 ‘헌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 주니어' 입니다. 재임기간 8년 동안 총 7번의 보류권을 행사했습니다. 또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재임 6년간 584회나 거부권을 행사해 ‘거부권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뉴딜정책을 실시한 루즈벨트 대통령은 재임 12년간 635회, 트루먼 대통령이 250건, 아이젠하워도 181건이나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한 대통령이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한 건수가 100건을 넘는 경우가 없으며, 최근 들어서는 클린턴 대통령이 37건, 부시대통령 12건, 오바마 대통령도 2건에 그쳤습니다
-미국 사례: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부터 현재의 바이든 대통령까지 총 46인의 대통령이 일반거부권 1519건, 보류거부권 1066건 등 총 2585건의 거부권이 행사됐습니다. 이 중에서 의회에서 재의결을 통해 법률로 최종 확정된 경우는 112(4.3%)건 에 불과합니다. 이전 레이건 대통령이 78건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비교하면 조지 H. 부시 대통령 이후로 거부권 행사는 현저하게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대통령 거부권이 연방의회에서 무효화된 비율은 미국 전체 역사를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4.3%이지만 1989년 이후로는 7.6%, 2001년 이후로는 17.1%로 즉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사례는 현저하게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거부권이 의회에서 무효화되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라 양곡법 개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지게 됐습니다.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필요합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져도 가결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부결 투표에 나서면 재의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적 의원(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115명)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재의결될 가능성은 없고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게다가 1호 거부권'인 양곡관리법에 이어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과 방송법, 직회부가 예상되는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은 강행하고 여당과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는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추가 거부권 행사가 이어지면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의 여지를 줄인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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