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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냐 '사고'냐…25개 서울 구청, 추모도 당파 따라 갈려

25개 자치구 중 '참사' 표현한 곳 11곳 불과

2022-11-04 17:16

조회수 : 2,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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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태원 참사를 두고 '참사'와 '사고' 중 적절한 표현에 대해 여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서울 25개 자치구의 표현도 당적별로 나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 분향소나 사이버 추모공간 안내문에 정부가 권고한 '사고 사망자' 대신 '참사 희생자'로 표기로 바꾸는 자치구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당 구청장이 있는 자치구 대부분은 여전히 정부가 권고하는 '사고와 '사망자' 등을 표기를 고수하고 있다.
 
4일 각 구청에 따르면 구 홈페이지에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 문구 또는 분향소 안내문이 공지로 띄워져 있다. 25개 자치구 중 '참사'라는 표현을 사용한 자치구는 11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8곳은 오로지 '참사'로 표현했고 나머지 3곳은 '사고'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오로지 '사고'만 사용하는 곳은 14곳으로 전체 25개 자치구 중 과반이 넘는다.
  
4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별로 살펴보면,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인 17곳 중 오로지 '참사'라는 표현을 고수한 곳은 송파구 한 곳 뿐이다. 용산·마포·광진구는 '참사'와 '사고' 두 단어를 모두 사용했다. 나머지 13곳 국힘 구청장은 모두 '사고'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곳은 총 8곳인데, 관악구를 제외한 나머지 7곳은 모두 '참사'라는 단어만 사용하고 있다.
 
사이버 추모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자치구의 표현도 '참사 희생자'와 '사고 사망자' 둘로 나뉘었다. 민주당 구청장이 있는 강북·성북·노원·성동구는 '참사 희생자'로 표현했지만 국힘 구청장이 있는 도봉구는 '사고 사망자'로 표기했다.
 
이태원 관할 자치구인 용산구의 경우는 '참사'와 '사고'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국민 정서가 '참사'에 수렴하고 있어 이를 반영한 듯 하지만, 국힘 소속인 박희영 구청장의 당 색깔도 드러난 부분이다. 용어 혼용과 관련해 용산구의 별도 입장은 없는 상태다. 국힘 소속 구청장이 있는 마포·광진구도 '사고'와 '참사'를 함께 병기하고 있다.
 
'참사'와 '사고', '희생자'와 '사망자'라는 표현은 구청장이 결정한다. 정부가 '사고'와 '사망자'로 표현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청장들도 당의 방향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초기에 '사고'로 표현했다가 최근 '참사'로 표기를 변경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처음에는 정부의 권고대로, 국민 정서를 자극하지 않도록 '사고'라고 표현했지만 이제는 희생자나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표현을 전달하기 위해 '참사'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참사'와 '사고'를 동시에 병기했다가 '참사'로 표현을 통일한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정부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 시민 정서에 맞춰 슬픔과 애도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참사로 용어를 통일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고 사망자'라는 표현만 사용하고 있는 한 자치구 관계자는 "'사고'만으로 표현하라는 청장 지시가 따로 있던 건 아니고, 처음에 행안부에서 내려온 지침대로 표현했던 걸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전국 17개 시·도에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피해자'를 '부상자'라고 표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렸다. 재난 관련 용어는 정부와 지자체가 협업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적인 용어로 통일이 필요하고, '참사·압사' 등의 용어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태원 이미지에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지침은 참사를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지적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신들은 재난으로 표현하는데 우리 정부만 '사고'라고 한다"며 "정부 지침이나 발언, 태도와 관련해 논란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더 큰 상처와 아픔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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