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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리 없이 비상 못해…정비사는 ‘히든 히어로’”

정권일 티웨이항공 운항정비사, 코로나19 사태 이후 복직

2022-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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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3년 가까이 주저앉았다. 팬데믹 시절엔 조종사뿐 아니라 승무원, 항공기 정비를 담당하는 운항정비사 모두가 휴직에 들어갔다. 그러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력이 차츰 복귀했고, 정권일 티웨이항공(091810) 운항정비사도 올해 초 복직했다. 
 
정권일 정비사는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 현장 근무가 녹록지 않지만, 휴직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일하는 것이 감사하고 즐겁다고 했다. 또 기장과 승무원이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진다면 운항정비사는 기장을 포함한 탑승객, 그리고 비행기의 안전을 담보로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정권일 티웨이항공 운항정비사. (사진=오세은 기자)
 
 
지난 19일 김포공항 인근에 위치한 티웨이항공 훈련센터에서 만난 정 정비사는 “요즘 같은 날씨에 야외 근무가 힘들지만, 하늘길이 굳게 닫혀 휴직했을 때와 비교하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앞서 2017년 티웨이항공에서 6개월 인턴 과정을 거쳐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지만, 입사 3년 채 안 돼 코로나19 사태로 장장 1년 가까이 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지난해까지 8개월을 쉬었고 올해 초 복직했지만, 이달까지 3개월을 또 쉬었다”면서 “휴직 시기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서 버텼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쉰 기간만 11개월이다.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하며 방역 조치 완화에 나서면서 국제선도 점차 회복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티웨이항공에도 여전히 휴직 중인 정비사들이 있다.
 
정 정비사는 “휴직 중인 사람이 있어 일손은 부족하지만, 우선 비행기를 띄워야 해 현재 인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운항정비본부의 운항정비팀 소속이다. 본부는 정비팀 이외 엔진관리 그룹, 정비기획팀, 항공기 도입 그룹 등 여러 부서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 정 정비사는 “티웨이항공의 주력 항공기인 보잉737-800을 하늘에 띄우기 전 엔진에 이상이 없는지, 필터에 이물질이 끼어있지는 않은 지 등 경정비를 담당하고, 아울러 최종적으로 항공기가 이륙할 수 있는지 최종점검하는 ‘확인정비사’도 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인정비사의 확인이 있어야 항공기가 이륙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확인정비사 1명과 비확인정비사 1명~2명이 항공기 1대의 정비를 맡는다. 그는 “비확인정비사가 없을 시 확인정비사 1명만이 최종정비를 보고 항공기를 띄운다”고 부연했다. 
 
항공기는 주로 낮에 뜨고, 밤에는 주기장에 계류하기 때문에 정비사들은 이때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야간에는 항공기 1대당 4명~5명의 정비사가 정비를 한다. 다만 티웨이항공은 격납고가 없어 엔진과 기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 혹은 격납고에서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 항공기를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경우는 중정비 업체인 캠스(KAEMS) 등에 위탁한다.
 
티웨이항공 운항정비사들이 김포공항 주기장에 계류된 티웨이항공의 B737-800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티웨이항공)
 
수백 개의 직업군에서 왜 운항정비사를 꿈꿨는지에 대해 그는 “2007년 SBS에서 방영된 ‘사랑에 미치다’에서 주연 윤계상의 역할인 운항정비사를 보고 정비사를 꿈꿨다”고 소회를 전했다.
 
항공 산업이 되살아나 꿈을 가진 이들에게 정비사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항공정비사 면장이라 불리는 자격증 취득이 이 직업을 갖는 필수자격이면서 동시에 우대사항이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이 우선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가 말하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실기시험 응시 자격을 먼저 충족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2가지다.
 
첫째는 4년제 대학 관련 학과(전기, 전자, 기계, 항공, 산업공학 등)를 졸업한 후 대졸 공채 기술직 채용시험에 응시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국토교통부에서 인정한 전문교육원(항공전문학교 등)을 졸업해 실기시험에 응시하는 것이다. 이외 엔진 등을 살피는 메뉴얼이 영어로 돼 있어 어학 능력도 필수다.
 
그는 “동일한 능력에서 진급할 때 4년제와 2년제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전문대 출신이라고 해서 취업 제한은 없다”며 “정비사 대부분이 전문대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티웨이항공 정규직 신입 운항정비사 기준 초봉은 3000만원 후반에서 4000만원 초반이다.
 
정 정비사는 항공 산업 직업군으로 기장과 승무원을 대개 떠올리지만, 운항정비사 없이는 비행기가 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항공기가 뜨는 한해서 항공정비사 직업 전망이 밝고, 정년이 없는 직업군 중 하나가 정비사”라며 “현장에 1950년대생의 경력직분들이 여전히 일하고 계신다”고 언급했다.
 
또한 업종 특성상 자신이 정비 능력을 갖춘 기종을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라면 다른 곳으로 이직도 할 수 있다. 정 정비사는 “한 기종에 정비 경력을 오래 쌓으면 그 기종의 대처 능력이 높아져 업무적으로 유리할 수 있고, 다수 기종에 경력이 있으면 다양한 기종을 보유한 회사 이직 시 유리하다”고 귀띰했다. 
 
국내에서 여러 기종을 보유한 곳은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이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B737, B777, A330, A380 등 7기종과 화물기 B747, B747-8, B777 등 3기종을 보유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는 티웨이항공(091810), 진에어(272450),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이 각각 2개 기종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하나의 기종을 여러 대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항공기도 전기와 전자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관련 최신 기술 교육을 받으면 항공기에 대한 전문적 정비가 이뤄질 수 있어 항공 산업 선진화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항공기 안전만을 생각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운항정비사이기 때문에 우리를 믿고 비행기에 몸을 싣어도 된다”고 덧붙였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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