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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사법개혁 공약 분석①)"이재명·윤석열, 모두 단편·근시안적"

두 후보 모두 '검찰 중립성 확보' 방점…접근은 '극과 극'

2022-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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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검찰의 '힘 빼기'와 '힘 싣기'. 20대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검찰개혁 공약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개혁 대상인 검찰과 이를 지켜보는 법조계에서 조차도 두 후보의 공약에 대해 모두 극과 극의 시각이 공존한다.
 
27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이재명·윤석열 두 유력 후보의 검찰개혁 관련 공약사항에 대한 평가를 법조계 여러 인사들에게 질의한 결과,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검찰의 정상화"라며 찬성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검찰이 식물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윤 후보 공약 역시 '검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란 긍정적 평가와 '검찰 공화국'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이에 따라 법조계는 두 후보 모두 단편적인 틀에서 벗어나 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검찰개혁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사는 경찰·공수처, 검찰은 기소·공소유지만"
 
이 후보의 검찰 관련 공약은 △검찰의 수사 기능 폐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인적·물적 역량 강화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수사·인원·예산 독립성 강화로 요약된다. 공수처와 국수본은 검찰 조직이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이후 검찰의 수사권한 분산과 맞물려 검찰개혁의 아젠다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결국 검찰이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게 하는 대신 공수처와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이 후보의 검찰개혁 방향이다.
 
시사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신장식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권은 해방 당시 친일 경찰 문제 때문에 잠시 부여하기로 했던 게 지금까지 온 것일 뿐"이라며 "언제 어떻게 하느냐의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방향은 옳은 것이고 수사·기소권의 제자리 찾기"라고 말했다. 검찰이 오랜 시간 수사권을 갖고 있었다고 본래의 권한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다고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세종시 나성동 먹자골목 앞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대로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 변호사는 "이번 정권의 검찰 개혁은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검찰 힘 빼기였고 이를 복원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인 변호사는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검찰 개혁을 검찰 무력화라고 생각하는 민주당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경쟁하면서 촘촘한 수사망을 갖추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검찰 권한 강화가 곧 중립성 확보" 
 
윤 후보의 공약은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예산권 독립 △검·경에 고위공직자 수사권 부여 △경찰 송치 사건 직접 보완 수사가 주요 내용이다. 검찰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곧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얘기다. 윤 후보 역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필요적으로 유입된 공수처와 경찰의 역할을 염두에 둔 공약이다.
 
이에 대해서도 법조계에서는 정반대의 평가가 공존한다. 민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힘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민주주의는 누가 권력을 잡든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윤 후보의 사법공약은)퇴보고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검사장을 지낸 변호사는 "검찰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은 맞지만 수사지휘권과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폐해를 생각해야 한다"며 "이번 정부에서 추진한 검찰 개혁으로 비틀어진 부분을 바로 잡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쟁점만 보지 말고 국민권익·시스템 살펴야"
 
두 후보가 수사권 폐지나 검찰의 독립성 강화 등 각각의 사안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개선을 하면서 쟁점만 보면 근시안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개혁은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 총장 등 누가 권한을 갖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권력을 분립하고 어떻게 검사가 독립적으로 수사할 환경을 만들 것인지란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간 또는 권력간 주도권 문제가 아니라 국민에게 보다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이 후보 공약에 대해 "수사권을 어느 정도 양보해도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강화해 사법적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사법개혁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현재 시스템의 문제를 정확히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단순히 수사권을 강화 또는 약화할지를 떠나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 사건 처리의 공정성과 합리성 등을 다 함께 판단하고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윤 후보의 공약 중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와 예산권 독립에 관해서도 검찰총장에 친정부 인사가 임명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공약 실천이란 목표 때문에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수사권 폐지는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지만 일단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검·경수사권 조정 효과를 충분히 지켜본 뒤 실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수사권 폐지로 생길 수 있는 대형사건의 공소 유지 능력에 대한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수사권 폐지 여부를 가늠할 적정 시점은 임기 후반부 정도로 내다봤다. 윤 후보의 직접 보완 수사에 관해서도 같은 의견을 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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