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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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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아동' 처벌 불원의사, 가해자 감형요소 안돼"

"부모·친족이 아이 압박해 의사표현 종용 위험"

2021-06-21 18:03

조회수 :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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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입양모에게 지난달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인 한국에서 가장 무거운 형벌을 내린 셈이다. ‘정인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아동학대에 대한 엄벌 필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켜줬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건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가정 내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탓에 적발이나 범죄 입증이 쉽지 않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는 21일 오후 ‘아동학대 범죄와 양형’을 주제로 비대면 심포지엄을 열었다. 학대 부모에 대한 엄중한 단죄를 내리면서도 치밀한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아이가 자신을 학대한 부모나 친인척 등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처벌불원(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포함)’ 의사 등을 감형 요소에서 빼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처벌불원 인정 요건, 성범죄 수준으로 높여야"
 
주제 발표를 맡은 김세종 서울고법 판사는 피해 아동의 부모 등의 ‘처벌불원’ 의사 인정 요건을 성범죄·성매매 범죄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판사는 “가해자의 진심어린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처벌불원은 피해아동의 진정한 의사로 보기 어렵고, 처벌불원이 반영된 양형으로는 관계 회복, 재범의 방지, 정서적 손상의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피해아동의 처벌에 관한 의사가 피고인, 법정대리인 등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처벌불원 의사 인정 요건을 성범죄, 성매매범죄에 준하도록 강화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아동의 부모나 친족이 그 지위를 남용해 아이를 압박함으로써 처벌불원 의사를 만들어 낼 위험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4년 10월~2019년 12월 말 양형실무 현황을 살펴보면 일반적 중한 유기·학대 기준 사례에서 300여건의 특별감경인자 중 ‘처벌불원’ 요인이 204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유기·학대 정도 경미(47건), 참작할만한 범행동기(26건), 심신미약(9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14년 10월~2019년 12월 말 양형실무 중 일반적 중한 유기·학대 사례 특별양형인자 현황. 제공/김세중 서울고법 판사
 
박은정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과장은 ‘처벌불원 의사’를 감경 요소에서 아예 제외시켜야한다고 보았다.
 
박 과장은 “아동학대범죄 가해자는 피해아동에게 ‘처벌불원’의 의사를 밝히도록 직접 또는 간접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처벌불원’ 과정을 거쳐 형이 감경된 이후 아동에게 또다시 재학대가 발생하게 되면 아동은 더 큰 피해를 입는”고 우려했다.
 
그는 “(아이가) 주변의 압박으로 인해 처벌불원을 강요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고려돼야 하고, 아동은 그러한 강요에 취약할 수 있는 연령”이라며 “통상적인 범죄에서 감경요소로 고려되는 ‘처벌불원’ 등의 사유가 아동학대범죄에는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6세 미만 미취학 아동 범죄 처벌 강화해야”
 
이처럼 아동학대자에 대한 '처벌불원'을 감형요인에서 제외하거나 요건을 높이되,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현주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미취학아동에 대한 아동학대범죄가 쉽게 드러나지 않아 범죄 발견이 어려운 점, 상습적으로 이뤄질 가능성과 중대 아동학대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취학 전인 6세 미만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아동학대중상해·치사죄에 있어서만 ‘6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을 상대로 한 범행’을 가중 요소로 반영하고 있을 뿐, 아동 유기·방임 등에 대해서는 가중요소 등의 기준이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2016년~2020년 아동학대 사건 처리 현황. 제공/박현주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
 
박 부장검사는 또 하나의 유형으로 규정된 아동학대 범죄 양형기준 전체를 감금·유기·학대 등을 별도 분리해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체포·감금·유기·학대범죄’에서 아동학대 양형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아동학대 사건은 형법상의 체포죄 등 사건과 달리 아동보호사건 송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 등 여러 처분이 가능해 일반 형사 사건과는 상이한 면이 있다”며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별도의 양형기준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처벌 보다 중요한 것은 ‘아동 보호’
 
학자와 변호사들은 이 같은 의견에 전반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선 의견이 조금씩 갈렸다.
 
법무법인 인의 허용 변호사는 “여러 유형의 아동학대 행위가 중첩돼 발생하고 한꺼번에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의 사정을 모두 감안하면 아동학대범죄 전체를 별도의 범죄군으로 분류해 일관된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허 변호사는 “아동학대범죄를 별도의 범죄군으로 하는 새로운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적어도 아동학대범죄의 특성에 따른 공통적인 양형인자들을 마련하고 이를 각 개별 아동학대범죄에 적용되는 양형기준에 반해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양형이 동일한 기준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피해아동의 의사 왜곡 우려 등을 고려해 특별감경인자로서의 ‘처벌불원’은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 방식이 사후치료 및 처벌 보단 예방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준혁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사실 최후의 방법”이라며 “무조건적인 원가정복귀가 아동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여러 경험을 통해 확인한 만큼 (학대 부모로부터의 아이) 즉각 분리 제도, 쉼터 확충, 가정위탁 등의 제도들을 빨리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큰길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도 “피해자인 아동을 누군가 보호하고 양육해야 하는 만큼 가해자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동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아동학대사건이 아동보호사건으로 진행될 경우 법원조사관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기관과 직접 소통하면서 피해아동 상태에 대한 직·간접적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법원의 처분에 반영하는데, 이러한 과정은 아동의 보호와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제시했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0차 공판이 열린 지난 4월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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