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지난달 서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총격을 당한 공무원 A씨의 아들B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친이 월북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라는 편지를 쓰면서 ‘월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A씨 유가족은 월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자진 월북’으로 판단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B군은 5일 공개된 자필 편지에서 부친이 ‘월북’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그는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라고 했다. 또 정부가 어떤 증거도 보여주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수영도 배운 적 없고 체격도 마른 아빠가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적었다.
이 편지는 A씨의 형 이래진씨가 언론에 공개했다. 이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카의 친필 호소문을 읽다가 (가슴이) 미어지는 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5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월북 낙인 때문에 조카들이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있다며 심적인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북한 해상에서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5일 피살 공무원의 아들이 대통령에게 자필로 쓴 편지를 공개했다. (사진=이래진씨 제공) 2020.10.05. 사진/뉴시스
일부 네티즌들은 편지가 공개된 후 “월북자를 왜 구해야 하냐”며 B군을 조롱하는 악플을 달기도 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피격 공무원은 당국 몰래 자진 월북하여 이미 발견되었을 때 우리 북측영역에 있었다”며 “월경을 해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넘어서면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국제 상식”이라고 했다. 국방부도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첩보를 통해 A씨의 월북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A씨의 유가족과 주변인들은 ‘자진 월북’이 아니라며 정부에 명확한 증거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도 우리 군이 자국민의 표류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월북 여부를 떠나 국민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헌법상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