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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CEO의 덕목은 '줄행랑(?)'
('배짱영업' 수입차)③'성희롱·폭행 의혹' 터진 로쏘 전 FCA코리아 사장 퇴사 후 자취 감춰
입력 : 2020-09-03 오전 6:03: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최고 경영자(CEO)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을 끌어 올리고 시장 내에서의 입지를 넓히는 경영능력이다. 조직을 효율적이고 일체감 있게 움직일 수 있는 리더십과 제품 또는 회사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신뢰감도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 업체 CEO들을 보면 소비자 등 외부로부터의 '신뢰' 자리를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한국을 잘 탈출하는 '줄행랑'이 대체한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FCA코리아는 중국에서 알파 로메오를 총괄한 제이크 아우만을 지난달 중순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전임자인 파를로 로쏘 전 사장이 성희롱 논란으로 회사를 떠난 데 따른 조치다.
 
 
파블로 로쏘 전 FCA사장.사진/FCA코리아
 
로쏘 전 사장의 성희롱 의혹은 7월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FCA코리아 대표이사의 성범죄와 폭행, 폭언을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작성자는 "남성 직원들과 함께 어느 여직원을 좋아하는지 어느 여직원과 성관계를 갖고 싶은지 대답하게 하고 자신도 성관계하고 싶은 여직원을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한다"며 "사무실에서 직원의 뺨이나 머리를 때리고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는 등 각종 신체적·정신적 폭행과 모욕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FCA 본사와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는 관련 조사에 착수했고 청원이 올라온 지 이틀 뒤에 로쏘 전 사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로쏘 전 사장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로쏘 전 사장이 한국 사회와 직원들을 깔보거나 업신여기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발언과 행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쏘 전 사장이 FCA코리아를 이끌면서 오랜 시간 한국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로쏘 전 사장은 2013년부터 FCA코리아에 와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쳤고 연간 4000대 정도였던 차 판매는 지난해 1만대를 넘어섰다. 로쏘 전 사장은 국내 시장에서의 오랜 경험과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3월에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에 선임됐다. 협회 설립 후 첫 외국인 회장이다. 협회도 성희롱 논란 이후 회장 직무를 정지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사진/벤츠코리아
 
로쏘 전 사장이 자취를 감기 두 달여 전에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전 사장이 한국을 떠났다. 검찰이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기 일주일 정도 전이다.
 
당시 환경부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벤츠가 판매한 차량 12종 3만7154대에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을 확인했다며 인증 취소, 과징금 776억원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란 지적이 나왔지만 벤츠코리아는 "업무상 출장"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7월 말 임기를 마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벤츠 캐나다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에 와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
 
한국에서 만든 문제로 로쏘 전 사장은 FCA에서의 경력이 끝났지만 실라키스 전 사장은 벤츠코리아 CEO로 만든 실적을 그대로 인정받은 셈이다.
 
벤츠코리아는 실라키스 전 사장이 온 다음 해인 2016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가장 많은 차를 팔고 있다.
 
실라키스 전 사장이 잃은 것은 재임 기간 동안 드러냈던 한국에 대한 애정과 활발한 사회활동에 대한 진정성뿐이다. 실라키스 전 사장은 신년간담회에 한복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고 사회공헌 등으로 시정 발전에 기여한 사람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민'이기도 했다.
 
2017년에는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출장을 이유로 한국을 벗어났다. 현재 검찰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CEO는 언젠가는 한국을 떠난다는 생각 때문인지 현지화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 같다"며 "수사 당국의 빠르고 강력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외 도피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전보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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