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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업계 충돌…"소비자 편의 높이되 정보유출 막아야"
입력 : 2020-08-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가로막는 가장 큰 산은 의료계의 반대다. 국회에서 여야가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지만, 의료업계 반대로 법안 처리까진 다소 진통도 예상된다. 
 
사진/뉴스토마토
 
18일 보험업계와 의료업계에 따르면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보험사의 소비자 개인정보 악용 가능성과 행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개인의 진료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보험가입과 기존 계약 갱신 거부, 진료비 지급 거부 등의 역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수작업하던 것을 자동으로 하게 되면 환자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정보가 보험사로 전송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하든 제3 중계기관을 통하든 비급여가 노출돼 의료기관의 수익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동차보험 등 이전 사례의 경험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기록에 대한 심사를 할 수밖에 없고, 이를 빌미로 지급 지연, 보류, 축소, 거절에다 추가 자료 요청 등을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손보험은 민간보험으로 보험사와 환자가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 의료업계가 보험금 서류 전송의 주체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의료기관은 의료를 하는 곳이지, 행정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약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로 부과하는 것은 보험금 지급 행정업무를 의료업계에 전가하고 있다고 것이다. 문제가 생길 경우, 소비자들은1차 서류 전송자인 병원에 책임을 묻게 돼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보험 소비자 이익 증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종이로 청구서류를 제출하는 현행 청구 절차는 개인정보가 보호되고,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통한 자동 제출은 개인정보가 유출될 것이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법령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손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의료정보를 제외한 다른 개인정보들은 보험사들이 보험금 삭감이나 보험가입 거절 등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두자는 것이다. 실손보험 간편 청구의 실행 여부에 멈추기보다는 예방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견해다. 
 
또 보험사는 요양기관에 증빙서류를 전송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료법상으로도 환자가 요청하면 요양기관은 환자의 진료기록 사본을 환자가 지정하는 곳으로 즉시 전송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요양기관에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서류전송의 주체가 아니어도 환자 요청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라는 설명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되면 보험사는 단기적으로는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겠지만 물적, 인적, 시간적 비용을 장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종이증빙서류와 사진서류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전산 입력하고 있다. 보험사는 연간 3000만건의 보험금 청구 종이 서류를 수기로 심사하고 있어 행정 부담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는 데다 비급여 진료코드의 표준화 미흡으로 데이터 분리의 입력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보험사가 일부 병원과 개별계약을 체결해 종이서류 발급이 필요 없도록 하는 전산망을 연결하고 있지만 개별 전산망 연결에 따른 인적, 물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대부분의 실손보험 진료가 일반 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이뤄지고 있어 의료비 증명서류 자체가 전자적 형태로 모든 병원에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첨예한 의견대립에 보험소비자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실손보험금 청구에 필요하지 않은 질병정보가 보험사에 넘어가는 것을 묵인하는 소비자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는 "법으로 세밀히 규정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의료정보가 보험사에 잘못 제공된 경우에는 충분히 검토해 의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강한 책임을 물고, 실수는 면책하도록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심평원 전산망을 활용하고 보험중계센터를 설립하려면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다양하게 추진됐지만, 심평원 전산망 활용 여부와 중계 기관 설립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합의가 최종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박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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