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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환, 학교재량 판단이 쟁점
법조계 "규칙상 반환 가능…법 강제는 어려워"
입력 : 2020-06-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전국 대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했으니 등록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실제 등록금 반환이 가능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는 대학 등록금 규칙상 등록금 반환은 가능하지만 그 이행은 대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어 강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은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라 학교의 장이 정하도록 돼 있다. 등록금 감액이나 면제는 제2조에 따라 가능하다. 학교의 장은 학교의 △실정에 따라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자와 장학 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에게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등록금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 △휴학자의 휴학기간 △학교 수업을 전 학기 또는 전월의 전 기간에 걸쳐 휴업한 경우 등에 이뤄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조 제5항을 근거로 등록금 감면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학교가 한 학기 또는 한 달 이상의 휴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교들은 코로나19로 개강일을 1~2주 연기하는데 그쳤고 그 이후에는 온라인으로라도 수업을 시작해 등록금 감면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코로나를 천재지변으로 보고 등록금을 감면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쟁점이 남는다. 코로나는 자연에서 비롯된 불가항력적인 상태, 재앙, 변고 등을 의미하는 천재지변에 해당하므로 등록금 감면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대학 규칙상의 재량 규정이기 때문에 강제 이행은 어렵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법무법인 중현의 김덕 변호사는 "수강일수가 모자라면 일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교들이 온라인으로라도 개강을 했으므로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고 해서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주장이 인정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천재지변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등록금의 납입이 곤란한 상황인지를 따져봐야 하며 납입이 곤란했다 하더라고 '감액할 수 있다'는 정도의 권고 규정이고 법으로는 대학에 위임을 해놓은 상황이라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도 "대학 등록금은 정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법으로 인정한 대학 등록금 반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수원대학교 학생들은 학교 측이 교육시설 개선과 실습비 지급 약속 등을 지키지 않은 채 등록금을 부당하게 쌓고 있다면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등록금보다 현저히 떨어진 실험·실습 교육을 했다"면서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도 학교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지난 2012년에는 서울대·부산대 등 8개 국공립대 학생 4219명이 각 대학 기성회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국공립대가 반강제로 걷어온 기성회비를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적도 있었다. 
 
정의당, 민생경제연구소 등 정당 및 단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등록금 반환 추경안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로 인한 대학 등록금 반환 소송을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들은 50곳이 넘는 대학에 대해 등록금과 기숙사비 일부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여기에는 캘리포니아대, 컬럼비아대, 코넬대 등 소위 '명문대'도 상당수 포함됐다.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미국 주요 대학들은 코로나로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등록금 반환을 결정하는 추세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하버드대학교는 한 학기 등록금 3만8790달러(약 4700만원) 중 기숙사비와 식비 5218달러(약 632만원)를 반환하고 미국으로 유학 온 해외 학생을 위해 비행기 티켓도 지원했다. 브라운대학교는 한 학기 등록금 2만8556달러(약 3500만원) 중 기숙사비·식비·학생활동비 3849달러(약 467만원)를 반환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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