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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속가능의 비결, ‘근신(勤愼)의 리더십’
입력 : 2020-06-12 오전 6:00:00
국내 굴지의 항공사들이 고전하고 있다. 엎친 데 덮쳐 총수 및 일가의 갑질과 부정의혹으로 곤욕을 치루더니 ‘코로나 19’로 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존망의 기로에 선 이들의 모습이 23년 전 외환위기 때 재벌과 은행을 연상케 한다. 거시적 환경변화는 모두 함께 겪으므로 공동체가 나서서 대응하더라도 미시적으로 그 영향과 피해는 이해관계나 특성, 경쟁력에 따라 ‘위기 또는 기회’로 다가오게 된다. 위기의 원인모색과 이의 타개로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여러 답이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기업과 조직의 핵심은 리더십이다. 즉 지속가능한 리더십은 CEO리스크를 회피하고자 최고책임자가 자신의 주변에 책임을 보이고 소통과 협력으로 공생(共生) 또는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최고경영자는 높은 위치에 있지만 자칫 떨어질까 불안정한 자리다. 또한 강한 의사결정력과 권한은 있지만 그 힘이 칼날과 같아 자칫 잘못 쓰면 자신을 베게 된다. 즉 주변의 흐름과 요구에 균형을 가지고 대응하되 힘과 권력이 오·남용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리더십의 핵심에 청·신·근(淸·愼·勤=청렴·근신·근면)이 강조되고 있다. 중국 송나라 여본중(1184~1145)의 <동몽훈>에서 아이들 교육에 강조되었고 조선에 널리 전파되었다. 오늘날 정치인, 기업가나 기관장 등 공적임무를 맡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행동지침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일부 정치인이나 기업가, 사회단체지도자, 유명연예인 등이 불미스런 일로 지탄을 받거나 명예를 잃고 범죄자가 되고 있다. 그 원인은 조심하고 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근신(勤愼, self-control, prudence)이 결여되어 있다. 이 용어는 잘못을 뉘우치는 의미가 아니다. 지도자가 ‘자신을 통제하여 신중히 처신하고 매사 삼가는 마음을 다지라’는 것이다. 결코 실행이 쉽지 않은 덕목이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신의 위치와 행동의 부조화다. 예를 들어 유력기업가가 기업의 고속성장과 사회의 박수와 환호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행태로 비난과 형벌을 받는 경우가 있다. 보편타당한 행태 즉 ‘공적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둘째, 공보다 사(私)를 우선한다. 사리사욕으로 인해 공적인 것을 사적인 것으로 혼재하여 대함으로써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직위나 거래상 우위가 사적·개인적 영역의 우위는 아니다. 즉 상급자나 구매자가 갑으로써 공적인 힘을 사적으로 오남용해서는 안 된다. 셋째, 조직전체의 성과보다 부분적·단기적·개인적 이해나 사람관계에 치중한다. 특히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고려하지 않고 조급히 사안을 처리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우리사회의 갈등이나 범죄 등 그릇된 사례가 발생하는 원인은 일방·소수의 입장만을 고려하거나 “정의보다는 의리가 중요하다”는 집단적 이해관계에 함몰되기 마련이다. 이 경우 근신은 설 땅을 잃고 만다.
  
근신하지 않는 사람의 특징은 ‘지위=개인능력’이라 믿으며 개인의 감정과 입장을 과도하게 내세운다.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과 성격을 앞세우므로 일관·청렴·공정하기 어렵다. 책임을 회피하며 모든 과오는 주변에 돌린다. 또한 의견수렴보다 명령과 지시로 상대를 강제한다.
  
근신의 이점은 최고경영자나 지도층 자신과 상대의 명예나 지위를 보호해준다. 또한 고금을 통해 신뢰를 통해 ‘보이지 않는 근원적 역량’을 강화하게 된다.
  
세종대왕 즉위 후 9년이 흘러 조선개국의 밑그림을 그린 삼봉 정도전의 아들 정진(鄭津)이 죽었다. 세종은 애도하며 제사를 올리고 제문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정진의 아버지와 세 동생들은 세종의 아버지인 태종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혼자 살아남은 정진은 원한과 울분을 근신으로 달래며 심신수양과 실력배양을 했다. 결국 원수와 같은 태종과 세종에게 인정받고 형조판서가 되었고 정도전가문의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 
 
세종은 “경은 품행이 온화하고 ‘근신’한지라 청렴하고 조용하여 외화(속은 비고 겉만 그럴듯하게 꾸밈)가 없었도다. 시호를 내렸으나 예관을 보내 전(奠:제사)을 올리노라”고 제문을 올렸다. 그렇다. 근신은 사람을 청렴하고 조용하고 속을 채우도록 하여 그 사람의 가치를 오랫동안 빛내게 해준다. 수백 년 전부터 근신은 지속가능한 지도자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불문율로 자리잡아왔다. 근신의 리더십으로 탐욕과 허세를 삼가고 주변과 조화롭게 소통하며 공동목표를 우선시하는 리더가 되자. 궁극적으로 자신의 행복과 더불어 보다 강하고 지속·발전하는 기업과 조직을 일구어낼 것이다.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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