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은 정부 정책에 따라 영업 전략이 크게 좌지우지하는 업종 중 하나다. 핵심 영업인 대출만 보더라도 정부 입김에 대한 민감도를 단적으로 살필 수 있다.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은행의 대출 영업 전략은 가계에서 기업으로 크게 선회했다. 박근혜정부의 '초이노믹스'에서 문재인저부의 '생산적 금융'으로 정부 금융 정책 방향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은 270조5458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박근혜정부 들어 부동산 대출 규제가 완화하면서 은행들은 적극적으로 주담대 취급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6년 주담대 규모는 92조1589억원 늘어난 362조7047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30조원 수준으로 늘어나던 주담대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기세가 한풀 꺾인다. 그해 대출액은 15조원 증가하는데 그치며 성장세가 반토막이 났다. 문재인정부 들어 3년 간 증가액은 74조6730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규모는 437조3777억원을 기록했다. 반대로 10조원 규모로 증가하던 중소기업 대출은 2017년 이후 매해 30조원씩 늘어나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를 거치면서 '모험자본 육성'을 내세웠던 정부 정책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당초 사모펀드 활성화는 부동산에 쏠린 시중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접근에서 이뤄졌다. 일반투자자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됐고, 은행에서는 고위험 투자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사실상 은행은 금융소비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만 영업만 하라고 못을 박은 셈이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지원 동참을 주문받고 있지만 혁신금융을 위한 핀테크 육성, 양질의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정부 정책 전반에 거쳐 참여를 요청받은지 오래다. 금융사가 정부 정책이 바뀔 때마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돈을 맡기고 빌리는 영업이라 다른 사업과 달리 각 정권마다 기대하는 역할이 분명하다"면서 "이에 따라 영업도 따라가는 경향이 크지만, 마이데이터·오픈뱅킹 등 독점적 지위를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시중은행의 개인·소호(개인사업자)대출 창구의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