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지난해 장외파생상품 거래규모가 1경7945조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회사들의 헤지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장외파생상품 거래는 2014년 이후 5년 연속 증가했다.
장외파생상품은 기초자산으로부터 파생된 상품 가운데 거래소 없이 일대일 계약으로 거래되는 파생상품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금융회사의 장외파생상품 거래규모는 1경7945조원으로, 2018년 대비 10.1% 증가했다. 장외파생상품 거래는 최근 5년 연속 증가했으며, 2018년에 이어 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장외파생상품 잔액은 1경435조원으로 전년 대비 12.5% 늘었다.
이는 통화선도와 이자율스왑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통화선도는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시점에 특정 통화를 매매하기로 한 계약이다. 이자율스왑은 이자율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명목 원금에 대한 이자를 상호 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기초자산별로는 통화관련 거래가 1경3929조원으로 전체의 77.6%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1% 늘어난 규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브렉시트, 홍콩사태 등 대외 리스크 요인 증가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고객의 환헤지 수요가 늘면서 은행의 대고객 거래 증가, 증권회사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조달 외화자금의 환위험 회피수요 증가 등으로 통화선도 거래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통화관련 장외파생상품 거래잔액은 3795조원으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 이는 국내은행과 외국은행 지점, 외국은행 지점과 외국은행 본점 간 환헤지 목적의 통화선도 거래잔액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자율관련 장외파생상품 거래규모는 3757조원으로 2018년 대비 7,6% 증가했다. 글로벌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세 차례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작년 말 기준 이자율관련 장외파생상품의 거래잔액은 6460조원으로, 전년 대비 10.8% 늘었다. 이는 국내 외국은행 지점의 본점이 대고객과 거래한 후 이를 헤지하기 위해 체결한 국내 외국은행지점과 자국 본점의 이자율스왑 거래잔액이 일부 외국은행지점을 중심으로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주식관련 장외파생상품 거래규모는 207조원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으며, 거래잔액은 80조원으로 2018년 말보다 12.1% 줄었다.
지난해 신용관련 장외파생상품 거래규모는 2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작년 하반기 미·중 무역합의안 승인과 남북관계 개선효과 등에 따라 한국과 중국 국가·기업의 부도위험이 축소되면서 관련 신용부도스왑(CDS) 거래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작년 말 기준 신용관련 장외파생상품 거래잔액은 81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0.7% 줄었다.
권역별로는 은행이 1경4827조원으로 가장 큰 비중(82.6%)을 차지했고, 증권회사 2287조원(12.7%), 신탁 614조원(자산운용 등 포함 3.4%) 순으로 집계됐다.
은행은 통화선도(1경1402조원), 이자율스왑(2789조원), 통화스왑(457조원) 등 대부분의 장외파생상품에서 가장 큰 거래규모를 보였다. 작년 말 기준 잔액은 은행이 8436조원으로 80.8%였고, 증권사 1683조원(16.1%), 보험 165조원(1.6%) 순이다.
금융회사의 장외파생 거래규모는 해외 교역량 증가와 국내 금융회사의 운용자산 규모 확대에 따라 관련 리스크 헤지수요가 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장외파생상품 거래 대부분이 국내회사와 외국회사 간 거래(약 60% 이상)라는 점에서 금융리스크의 국경간 이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장외파생상품거래의 증가 추세와 거래상대방 다변화에 대비해 관련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주요20개국(G20) 장외파생상품시장 개력의 일환으로 거래정보저장소(TR) 제도와 비청산 장외파생상품거래 개시증거금 교환제도를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R은 장외파생상품 관련 계약정보를 수집, 보관 및 공시하고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금융시장 인프라 기관으로, 오는 10월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한국거래소가 TR로 선정됐다. 거래소는 이에 맞춰 파생상품시장본부 내 TR사업실을 신설했다.
비청산 장외파생상품 개시증거금 교환제도는 장외파생상품거래에 대해 거래당사자 간 담보 성격의 증거금을 사전에 교환해 손실 발생 시 징수한 담보로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와 국제증권위원회(IOSCO)가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회사의 운영부담 완화를 위해 일부 금융회사에 대해 개시증검금 교환제도 이행시기를 1년 연기한 바 있다"며 "국내 이행시기에 대해서도 업계 의견을 수렴해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