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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로나19로 부실 덮은 두산그룹
작년 1조 증자 실패 → 코로나 사태로 치환 → 국책은행 수혈
입력 : 2020-04-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두산그룹이 1조원 유상증자를 추진한 건 작년 하반기부터다.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금융권은 당시 두산이 작은 외부 변동성에도 취약할 정도로 기업체질이 부실했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는 도화선에 불과했던 셈이다. 결국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두산 경영진이다. 자금난의 직접적 원인은 경영실패에 있지만, 이를 코로나 국면 탓으로 치환하면서 국가의 수혈을 받았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추진했다. 두산건설·두산중공업 등 부실계열의 적자가 지속돼서다. 지난해 기준 두산건설의 당기순손실은 약 955억원이다. 2018년 순손실 5807억원에서 대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수백억원 적자다. 두산중공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두산중공업의 당기순손실은 4951억원이다. 2018년 순손실 7250억원 대비 줄었지만 여전히 손실이 큰 기업이다. 두산은 증자를 추진하던 당시 1년안에 회사채·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자본 확충이 절실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올해 2분기에 △회사채 1조1700억원 △CP 375억원 △전단사채 4586억원이 만기도래한다. 
 
두산의 이러한 계획은 채권은행인 국책은행·시중은행들에도 공유됐다. 그만큼 자본확충이 시급했다. 하지만 두산의 1조원 유상증자 계획은 코로나 사태에 직면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실행될 수 없었던 이유는 금융시장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회사채·전단채 등의 여건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유상증자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외부 투자자가 두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중간에 철회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두산이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없었을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1조를 모두 유상증자하기에 어려웠다"며 "당초 1조자본확충 계획은 두산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즉 코로나 사태는 두산 유동성 위기의 피상적인 원인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부실한 경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산업이 친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두산도 재빨리 적응해야 했다"며 "가스터빈 개발하는데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자가 사업을 예측하면서 위험을 미리 내다봐야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판단했다"며 "결국 유동성 위기는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경영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실계열사를 제 때 처리 못한 점도 유동성 위기 원인으로 꼽힌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2조원 날리고, 두산밥캣 인수 할 때도 거의 2조원 가까이 날렸다"며 "지금 두산밥캣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예전에 투자한 돈이 아직 제대로 회수가 안 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기업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코로나 사태로 덮어지면서, 두산은 국책은행(정부)의 수혈을 받게 됐다. 두산 경영진이 가장 큰 수혜를 보고, 국민이 피해를 입는 구조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두산이 고강도 자구계획으로 임금을 줄이고 인원을 줄여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대안이 아닌 근본적인 대안을 갖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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