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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체질개선 나섰는데…코로나19에 다시 부실 떠안나
대우조선 등 취약업종 채권매각 중 아시아나·LCC까지 지원…혁신금융 과제도 산적
입력 : 2020-03-16 오후 3:35:45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취약업종의 채권을 매각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선 산업은행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다시 부실을 떠안는 모양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간 산은은 금호타이어, 대우조선 등 채무기업들을 속도감 있게 매각하면서 취약업종 채권비율을 현저히 낮추려고 노력해왔다. 대신 혁신금융 일환으로 벤처기업 육성·제조업 체질개선에 주력했다. 그러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이번에는 저가항공사(LCC)에 대한 금융지원으로 다시 한 번 기업들의 채권기관으로서 책임을 지게 됐다.
 
최근 산업은행은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LCC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사들이 항공 운항 중단, 취소·환불 증가 등 영업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산은은 규모가 작은 LCC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고 봤다. 지난달 28일 LCC 사장단은 정부에 공동 건의문을 내면서 "무담보·장기저리 등 조건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에 나서달라"고 요구했고, 산은은 이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산은은 수출입은행·시중은행과 함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금융도 지원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수대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산은은 자동차·조선·항공업 등 기간산업이 위기일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 금융지원을 해왔다. 고용위기 등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서다. 이후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민간기업을 관리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2018년부터 금호타이어·대우조선해양·아시아나항공 등의 채권을 속도감 있게 매각했다. 이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취임 때부터 채무기업의 기업 정상화와 함께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대마불사로 여겨지는 채무기업을 떼어내버리고,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새로운 산은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를 만든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구조조정 이슈를 본사로부터 떼어낸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산은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취약업종 중 하나인 항공업계의 채권기관이 됐다. 어려운 기업에 금융지원 하는 것은 국책은행으로서 당연할 수 있지만, 혁심금융에 중점을 둔 산은의 정책금융 방향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산은은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며 스스로 영업을 통해 혁심금융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를 내왔다. 혁신금융 정책 지원도 벅찬 상황에서 항공업계 금융지원은 산은 입장에서 커다란 리스크이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항공업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불황이 지속됐던 업종이다. 미중무역 분쟁·일본수출규제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산돼 유가·환율상승, 운송량 부진으로 항공기를 리스·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훗날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산은 입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리스크를 꾸준히 관리해야할 과제가 남는다.
 
산은은 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 특성상 부실채권 비율(총 여신 중 고정이하 여신 비중)도 일반은행 보다 높다. 최근 몇년간은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산은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7년 9월말 2.87 △2018년 9월말 2.47 △2019년 9월말 2.89으로 반등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의 평균 여신고정이하비율은 0%대다.
 
산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국책은행 역할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산은이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은 아니라서 무조건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별로 심사를 거쳐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금융 지원은 코로나19 관련 건과 별개로 차질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9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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