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주택 노후화와 개발구역 해제 등으로 늘어나는 서울 빈집이 3000호에 이르면서 서울형 빈집뱅크를 만들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서울연구원의 ‘마을재생 위한 서울시 빈집의 실태와 관리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LX공사와 통계청의 빈집통계는 조사방식의 차이로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다.
통계청은 주택총조사에서 빈집 산정 시 미입주 주택은 포함하지만, 폐가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2016년 서울에 비어있는 주택은 9만5000호로 2015년 7만9000호에 비해 1만6000호 증가했다. LX공사에서는 전기에너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빈집을 추정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는 서울시에는 총 2만3000호의 빈집이 추정된다. 반면, 최근 12개월간 상수도 사용량을 바탕으로 추정할 경우 1만4966호의 빈집이 추정된다.
연구진은 LX공사 방식에 상수도 사용량과 건축물 대장을 연결해 실제 관리·활용이 필요한 다세대·단독 빈집 3913채를 추출했다. 성북구가 391채로 가장 많고, 종로구 328채, 용산구 291채, 동대문구 271채, 노원구 259채 등 도심과 동북동에서 높게 나타났다. 노원구 중계본동(204채), 강북구 삼양동(128채), 동대문구 이문1동(112채), 성북구 정릉1동(89채), 성북동(74채) 등이다.
서울의 빈집 증가는 다른 지방도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원도심 쇠퇴, 고령화, 노후화 등이 주 원인인 지방도시와 달리 서울은 뉴타운·재개발 추진과정에서 세입자와 소유자의 퇴거가 이뤄지면서 마을 커뮤니티가 해체되며 빈집이 발생했다. 지방도시에서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쇠퇴에 의해 빈집이 장기간에 걸쳐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데 비해, 서울의 빈집은 정비사업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발생하며 공간적으로 매우 집적된 모습이다. 때문에 서울의 빈집은 높은 교환가치를 유지한다.
사직2구역 실태조사 결과, 72호의 빈집 가운데 80% 가량은 구조상태가 매우 열악한 한옥으로 폐기물이 장기간 쌓여있으며, 일부는 안전사고나 우범화 우려가 있다. 옥인1구역의 빈집은 30호로 대부분 구조상태가 열악해 외벽이나 담장이 무너진 상태로 추가 붕괴 우려도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폐기물이나 우범화 문제가 발견됐다.
빈집은 사회적·물리적 상태에 따라 △장기간 방치돼 정비가 시급한 빈집 △일시적으로 발생했거나 개별 갱신이 가능한 빈집 △공공에서 활용 가능한 빈집 등으로 구분해 관리·활용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공유지 무허가 빈집은 개축 후 청년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 등 마을 앵커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사유지 빈집은 건축협정을 거쳐 임대주택으로 정비할 수 있다. 차량 통행이 어려운 필지는 공원이나 텃밭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주민 필요에 따라 주차장도 가능하다.
빈집 수리와 리모델링을 위한 전문성을 가진 사회적기업이 참여해 빈집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빈집 소유자는 사회적기업에 토지를 10년 이상 장기간 임대하고, 사회적기업은 소유자에게 매달 토지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또는 융자 지원을 통해 사업비를 마련하고 빈집정비사업을 추진한다. 사회적기업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장기간 임차해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을 위한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빈집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서울형 빈집뱅크’를 운영해 빈집 기초자료를 시스템화해 수요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빈집 소유주는 빈집뱅크에 빈집 활용을 위한 진단과 컨설팅을 요청할 수 있고, 빈집뱅크는 빈집 소유주에게 빈집 활용을 위한 맞춤형 정비·운영방안을 제시한다. 빈집을 구매·임차하고자 하는 수요자는 빈집뱅크에 축적된 자료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해당 빈집을 구매 또는 임차하려는 수요자가 나타나면 빈집뱅크는 수요자와 소유주를 연결한다.
실태조사결과 총 72호의 빈집이 발견된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