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올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는 어느 때보다 강한 위기의식이 드러났나. 미·중 무역갈등 지속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업권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선택한 키워드는 달랐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신년사에서 "대내외 환경이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의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며 "미·중 무역분쟁 지속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고 대내적으로는 저성장 고착화와 기업이익 감소, 부동산시장 침체 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CEO들도 위기를 강조했다.
(왼쪽부터)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위기의식은 공유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든 열쇠는 차이가 있다. 정일문 사장은 시너지 확대와 함께 디지털금융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계열사·본부간 시너지는 더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생존과제"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IT 기반 응용기술이 우리의 생활양식을 송두리째 바꿔나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디지털금융 경쟁력 제고와 이에 기반한 혁신적인 지원체계 정립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생존수단"이라고 말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디지털에 주목했다. 정영채 사장은 "아직 우리는 주식거래 위주의 플랫폼에 치중돼 있지만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트레이딩, 지원업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을 접목·활용해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앞으로는 디지털을 활용한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이를 뒷받침하는 IT 인프라의 유연함이 경쟁사와의 차이를 유발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기술 등 융·복합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최 수석부회장은 디지털 혁신과 함께 개인의 역량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변화와 혁신은 모든 기업의 존폐 문제고 (우리는)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조직을 갖췄지만 개개인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성과에 따른 보상을 더욱 강화해 회사와 직원이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부동산을 꺼내 들었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유니크(Unique)'와 '피트니스(Fitness)'를 전략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금융과 부동산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고객 경험과 투자가치를 창출하는 차별성(유니크)과 이를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체질 개선(피트니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