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의 2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9차 공판이 26일 열렸다. 재판에서는 '고발인 조현문'이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형을 고발한 조 변호사의 '고발 의도'를 놓고 검찰과 조 회장 변호인단이 지루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과 조 회장 변호인단은 비자금 혐의 중 노틸러스효성과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것에 따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특히 이 일이 지난 2011년 2월 조 변호사(당시 중공업PG장·부사장)가 그룹 쇄신을 주창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해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당시 감사와 그에 따른 고발 의도가 무엇인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공판에는 조 회장 외에 류모 전 효성노틸러스 대표 등 4명의 피고인이 출석했다. 검찰은 2011년 그룹 감사 당시 실무를 맡은 김모 전 드림경영팀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드림경영팀은 조 변호사가 경영혁신을 위해 중공업PG 내 신설한 조직이다. 검찰은 김씨 진술과 2011년 감사자료 등을 근거로 노틸러스효성과 효성인포메이션 등에서 컨설팅, 외주, 인건비 명목으로 수십억원대의 비자금 조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증인 김씨는 "감사는 효성인포메이션의 부당거래에 관한 제보로 시작됐고, 비위를 적발한 감사 결과가 이상운 부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에까지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적절한 징계 등 조치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정작 감사를 벌인 조 변호사는 2011년 중순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파문을 당하며 효성을 떠나야 했다. 드림경영팀은 해체됐고 김씨 역시 대기발령 이후 퇴직 처리됐다.
1월17일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조현준 효성 회장이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반면 조 회장 변호인단은 감사의 정당성과 조 변호사의 고발 의도를 문제 삼았다. 이들은 "당시 감사는 정기감사도 아니고 회사 임원들이 부재 중일 때 불시에 들이닥쳐 자료를 수거했다"며 "효성 내부규정에 감사는 조 명예회장(당시 회장)이 승인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도 생략됐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조 회장이 섬유PG를, 조 변호사가 중공업PG를 경영하며 각자 능력을 입증해야 할 상황이었음을 들어, 조 변호사가 형을 공격하고자 감사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1년 중순 조 명예회장이 조 변호사를 질책한 것도 이런 절차상의 하자와 불순한 의도를 문제 삼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의 비자금 혐의를 고발한 조 변호사의 증언 여부가 재판 향방을 가를 최대 쟁점인 가운데, 그의 법정 출석은 미지수다. 앞서 진행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유상증자 및 자사주 매입 건과 아트펀드 건 모두 조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10차 공판(12월3일)까지 조 변호사 증인 출석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조 변호사는 변호인으로 선임한 한 국내 로펌 및 중공업PG장 재직 당시 측근 등과 소통하며 경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