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신입사용 공개채용시 남성을 더 뽑기 위해 여성 지원자들 점수를 조작한 KB국민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모두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았다.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한 첫 형사판결로, 피해 지원자들에 대한 구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노미정 판사는 26일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은행 인사팀장 오모씨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오씨와 함께 기소된 전 부행장 이모씨와 당시 인력지원부장으로 있던 HR총괄 상무 권모씨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전 HR본부장 김모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국민은행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무죄를 주장하면서 사후조정 뒤 확정된 채용결과라고 하지만 응시자들에게 이미 사전 통보로 '평가 전 설정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고 안내한 사실이 인정되고, 조정에 대한 기준이나 절차 또한 없었다"며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심사위원들이 평가한 결과를 변경한 것은 채용재량권을 벗어난 업무처리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채용청탁 메모가 있는 지원자들의 경우 등급이 상향돼 합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은 각 전형별 심사위원이 부여했던 등급을 변경하면 전형별 합격자가 바뀌게 되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에 따르면, 오씨 등은 2015년 신입사용 공개채용 당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를 높이고, 그만큼의 여성 지원자 점수를 일부러 낮춰 남성 지원자들을 더 뽑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15∼2017년 인턴 채용에서도 미리 청탁을 받고 자기소개서나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검찰은 지난 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국민은행을 포함한 전국 은행들의 채용비리에 대한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성차별 채용비리 강력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