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정부의 안일한 진단에 8월에도 고용 참사가 되풀이됐다. 특히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등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업종의 취업자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예견된 참사로 보고 이제라도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12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경제가 악화됐다"면서 "내년에는 취업자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8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수가 전년동월 대비 단 3000명 증가에 그쳤다는 지표 때문이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인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와 정보통신업, 농립어업, 건설업 등에서 취업자가 소폭 늘었을 뿐 대부분 산업에서 큰폭 하락세를 보인 현상도 문제로 지적했다.
제조업은 전년동월 대비 10만5000명이 빠졌고, 도매 및 소매업은 12만3000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포함)는 11만7000명이 줄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진 숙박 및 음식점업도 7만9000명 줄었고, 교육서비스업도 3만6000명 감소했다.
직업별로 보면 관리자는 전년동월대비 22.3% 늘었고, 농림어업숙련종사자 6.4%,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1.8%, 사무종사자 1.4% 등의 순으로 증가했다. 반면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는 -3.8%, 판매종사자 -2.7%, 단순노무종사자와 기능원 및 관련 기능종사자가 각각 -1.4%, 서비스종사자 -1.0%였다. 주로 임시 및 일용근로자가 많은 업종의 일자리가 줄은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당시 경제학자들이 되레 취약계층이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한 전망과 들어맞는 결과다.
7월에 이어 8월도 고용참사가 현실화하자 정부 내에서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원인으로 꼽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 참사 원인에 대해 "인구 구조적 요인으로 지금의 고용 현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정부 정책적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7월 고용 참사 때만 해도 정부와 KDI는 인구 구조적 요인과 제조업 구조조정을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이번에는 사실상 최저임금을 거론한 셈이다.
이러한 영향은 통계청의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가령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651만3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136만6000명(-7.6%) 감소한 반면 36시간 취업자는 977만명으로 같은 기간 136만8000명(16.3%)증가했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으로 보면 38시간40분으로 전년동월 대비 1시간30분 줄었다. 임시 및 일용 근로자가 감소한 것과 일치된 결과로, 종합해보면 이들의 소득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쏟아부은 일자리 관련 예산은 50조원이 넘는다. 예산 편성 당시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를 갖고는 돈을 쏟아부어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정부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통계 수치는 아직 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한 정부 정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고용 악화는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7월 말 2.9%로 봤던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을 지난달 말 2.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각각 3%로 제시했던 UBS도 최근 전망치를 모두 2.9%로 수정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2% 중반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고용이 줄면 결과적으로 생산이 줄게 되고 이는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최근 고용 참사는 이미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예고된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보통신업이나 금융 및 보험업 등 취업자 늘었다고 돼 있는데 이는 살펴보면 정부가 세금으로 늘린 숫자로, 사실상 허수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제하면 사실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