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슈퍼 호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의 불균형 성장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수출과 투자의 대부분이 반도체 분야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 전세계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역시 반도체를 제외하면 속빈 강정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주요국의 ICT 산업 성과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ICT 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10.4%로 유일하게 10%를 넘었다. 스웨덴(7.3%), 핀란드(6.9%), 미국(6.04%), 일본(5.96%), 독일(5.04%)을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로 대표되는 ICT 제조가 7.2%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통신(1.9%), 소프트웨어 및 IT 서비스(1.3%)의 비중은 미미했다.
ICT 산업의 반도체 편중 현상을 가르키는 지표는 매우 많다. 가장 명확한 것은 매출 비중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ICT 산업 매출 총액은 468조원으로 전년(431조원)보다 8.7% 증가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매출 증가율은 2.2%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6년 18.8%에서 2017년 23.7%로 확대됐다.
특정 기업의 집중도를 측정하는 허핀달-허쉬만 집중도 지수(HHI)에 근거한 매출액 집중도에서도 주요국 중 한국만이 '매우 집중된 시장'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HHI가 2500 이상일 경우를 매우 집중된 시장으로 보는데, 한국은 3000이 넘는다. 미국, 중국, 일본이 500도 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S&P캐피탈IQ에 매출이 등록된 ICT 기업 2만6588개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국가별 ICT 산업 영업이익률 추이에서는 지난 10년간 평균 한 자릿수 대에 머물던 한국이 지난해 16.2%로 대폭 상승했다. 반도체 업종의 호황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익이 일부 업종에 편중된 결과 전체 산업의 경쟁력은 되레 하락했다. 지난해 한국의 글로벌 ICT 시장 점유율은 9.7%로 미국(35.9%)은 물론 중국(14.3%), 일본(11.8%)에도 밀렸다. 세부 업종별 경쟁력 평가에서도 반도체를 제외한 IT서비스, 소프트웨어, 인터넷, 전자부품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쏠림은 ICT 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잠정치)은 518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6% 증가한 103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수출 기여도는 지난해 7월 16.2%에서 1년 사이 3.8%포인트 증가했다. 13대 품목 중 가장 높다. 투자도 반도체 일변도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투자는 195조원으로 전년보다 14조1000억원(7.8%) 증가했다. 이 중 반도체 투자 금액이 10조원 늘며 전체 증가액의 70.7%를 충당했다.
상장사 실적 개선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공이 크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회가 집계한 1분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96% 증가한 43조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합계는 20조원이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1.8%에서 46.7%로 높아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반도체 편중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8700억원. 이 중 11억6100억원이 반도체에서 창출됐다. 100원을 벌었을 때 78원이 반도체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