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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계 전반에는 '중국 굴기'의 암운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TV,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서 시작된 추격이 전방위로 확대된 지 오래다. 자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는 지난해 글로벌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반도체 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힘을 키운 중국 업체들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낸드플래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앞두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국 기업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소재·장비의 국산화가 숙제"라고 입을 모은다. 최고 수준의 제조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장비는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주로 일본이나 독일, 미국에서 주요 부품을 조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전자산업을 열매와 이파리는 풍성하지만 뿌리는 얕은 나무에 비유했다. 잎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뿌리까지 약하면 거센 풍파에 쉽게 쓰러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반도체의 장비 국산화율은 20%, 디스플레이는 70% 수준이다.
소재와 장비가 중요한 이유는 "장비 자체가 곧 기술"이라고 할 만큼 기술의 핵심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제조 기업과 함께 장비 기업도 육성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난이도의 기술력이 필요할 수록 부가가치도 크다. 캐논과 니콘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노광장비는 대당 가격이 증착기 등 여러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장비보다 두 배 가량 높다.
하지만 장비 국산화를 시장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비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인데, 중소기업이 다수인 장비 업계에서는 독자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과 정부 등이 보조를 맞춰야 가능하다. 실제로 디스플레이 업계의 장비 국산화율이 높아진 배경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이 뒷받침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성능평가지원사업을 전개하는 등 소재·장비 업체 육성을 위한 1차 테스트베드 구축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성능평가지원사업은 장비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같은 상생을 통해 소재·장비 업계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국가대표급 강소기업이 다수 나오길 기대해 본다.
김진양 산업1부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