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경제계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이 적용 당사자인 기업들의 의견은 배제됐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특위)’가 지난 6월28일, 7월6일 공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초안을 살펴보고 교수, 변호사, 공정위, 경제계 관계자들이 이에 대한 공개 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25일까지 ▲경쟁법제 ▲절차법제 ▲기업집단법제 등 특위의 3개 분과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이날은 경쟁법제 세션에 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제정되면 따르기만 하면 되는 절차법보다 법 집행에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경쟁법에 민감안 현안들이 더 많이 관계된 까닭이다. 개편 내용 중에서는 형벌 정비 및 전속고발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의 이슈와 관련한 논의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당초 공정위는 경성담합에 한정한 전속고발제 선별 폐지를 전제했지만, 특위는 전속고발제의 보완·유지를 결정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대한상의
참석자들은 공정거래법의 개편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특위가 제시한 방안에 대해서는 일부 이견을 나타냈다. 발제자로 나선 홍대식 서강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공정거래법의 목적과 철학의 괴리에서 문제점이 도출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실제 기업들의 경쟁에 해가 되는 요인들보다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작은 행위들을 제재하는 데 더 주력하는 느낌이 있다”며 “무엇이 더 중요한 행위인지를 판단해야 공정거래법의 근본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위 위원인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교 교수도 “시장 경쟁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것이 정부”라며 “경쟁적 정부 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적의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간은 겉핥기로 논의가 진행됐던 것은 아닌가 싶다”는 개인적 의견을 덧붙였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규제 체계 개편과 관련해 1사 추정기준(CR1)을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하는 행위가 반드시 필요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권 교수는 “3사 점유율 합계 75%기준(CR3)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예외 사항이 발생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세션 발표 및 토론 후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실제 적용을 받는 기업들의 의견이 배제됐다는 불만도 나왔다. 대한상의 회원이라고 밝힌 한 청중은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기업인데, 마치 요식행위처럼 토론회를 열고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치부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능하다면 정말로 심도 있게 기업 내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대표 자격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입법 예고 후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이때 재계와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사회를 맡은 정호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는 “공정거래법은 우리나라의 산업조직과 시장 질서를 총괄하는 법률”이라며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잘 제시돼 균형 있고 국민 경제에 미래를 내다보는 법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은 지금까지 27차례 부분 수정이 됐으나, 전면 개편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공정위는 외부전문가 23명으로 구성된 특위를 구성해 4개월간 8번에 걸친 논의를 이어왔다. 특위는 오는 27일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며 공정위는 8월 중순 중 특위의 권고안, 재계·학계 의견 등을 수렴해 입법 예고에 나선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포함, 정부가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있게 반영해 당초 입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법안을 마련했으면 한다”며 “대한상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담아 다음달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