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총수의 경영실패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광화문 일대를 울렸다. 기내식 대란으로 거리에 나선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6일에 이어 8일에도 집회를 열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직원들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그룹 사옥까지 행진하며 "직원들이 아시아나항공을 지켜내자"고 외쳤다.
이날 오후 6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아시아나 직원연대가 연 두 번째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가 열렸다. 집회에는 아시아나항공 직원 등 약 300명(주최 측 추산)의 인원이 집결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을 비롯해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연대하기 위해 참석한 대한항공 직원들, 일반 시민들은 2시간 넘도록 자리를 지키며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와 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등 직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집회는 기내식 대란으로 승객의 화풀이 대상이 된 직원들이 울분을 쏟아낸 자리였다. 사태를 방관하는 회사에 대한 분노도 터져 나왔다. 반면 이날 집회는 이번 일의 근본 원인으로 박 회장의 경영실패를 지목하고 그의 책임 있는 사퇴를 요구하는 자리가 됐다.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회사를 '좀비기업(수익을 내도 빚을 갚는데 허덕이는 기업)'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602%나 된다"며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저비용항공사(LCC)보다 주가가 낮은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물쭈물 말고 박 회장이 사퇴해야 좀비기업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다른 직원은 "박 회장은 손대는 사업마다 말아먹는 재계의 유명한 '마이너스의 손'"이라며 "일반 직원은 작은 실수만 해도 징계감인데,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 책임도 안 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 직원은 "우리에게 아시아나항공은 인생의 모든 것인데, 단 한 명의 탐욕으로 기내식 사태가 발생했고 회사가 이 지경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은 회사에서 밀 서비스 대신 지급한 고객우대보너스증서(TCV)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일주일 동안 1인당 30달러~50달러 하는 TCV가 수천장 지급됐는데 그 돈은 절대 그분 주머니에서 나온 게 아닐 것"이라며 "분명 계열사나 협력사를 뜯어내 마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도 기내식 사태로 고생한 직원들의 하소연이 있었다. 이기준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노조 위원장은 "요즘 직원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번 비행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러 간다'고 한다"며 "이번에는 정말 참지 말고 단결하고 또 단결해야 한다"고 했다.
8일 오후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등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금호아시아나 사옥까지 행진한 뒤 사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후 8시를 넘겨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 그룹 사옥까지 약 600m를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 중에도 "직원들이 욕받이냐. 더는 못 참겠다. 박삼구는 사퇴하라"를 외쳤다. 직원들이 사옥 앞에 도착했을 때 건물은 대부분 소등됐고, 입구는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 직원들은 사옥 앞에서 다시 "박삼구는 사퇴하라"를 외친 뒤 해산했다. 한 직원은 "박 회장이 평소 버릇처럼 하는 말이 '아름다운 기업', '아름다운 경영'"이라며 "박 회장이 지금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야말로 끝까지 직원들에게 아름답게 기억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 직원연대는 돌아오는 주말 다시 집회를 열고 박 회장의 퇴진을 거듭 촉구할 계획이다. 정확한 일정은 회의를 통해 조만간 결정하고 기내식 사태 후 직원들이 개설한 익명의 단체 채팅방에 공지하기로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