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동남아시아 항공사 탔을 때 주는 밥보다 못하네요. 이제 모양새는 갖춰서 주는 것 같은데, 어디 가서 아시아나항공이 국적항공사라는 말은 못하겠네요."
7일 오전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아시아나 항공편에 탑승한 한 승객은 기내식을 받아들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우려한 기내식 공급 차질은 없었지만, 음식의 질에 대해서는 못 마땅한 표정이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 일주일째를 맞아 기자는 기내식 정상화 여부와 승객들의 불만을 확인하기 위해 인천~후쿠오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륙한 지 15분 정도 지나자,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 항공편에서는 운항 지연도 없었고, 기내식도 제때 공급이 됐다. 기내식 공급 차질이 어느 정도 수습이 된 모양새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1일 자정부터 기내식 공급이 중단되면서 운항까지 지연돼 승객들이 불만이 폭주한 바 있다.
출국편에서는 닭튀김이 곁들여진 볶음밥이, 입국편에서는 삶은 닭가슴살이 나왔다. 다만, 음식을 나르는 쟁반이 따로 준비되지 않아 승무원들이 화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손으로 직접 날라야 했다. 기내식 사태로 애를 먹은 탓인지 승무원들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기내식 외형만 보면 기존과 큰 차이가 없었다. 승객들 일부는 불만도 나타냈다. 한 승객이 "예전 기내식보다 못하다"고 하자, 한 승무원은 "원래 기내식은 아니지만 빨리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죄송하다"고 겨우 달래야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일주일째를 지나며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아시아나항공의 관리실패가 드러났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경영실패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직원들의 불만과 여론의 공분은 커져간다. 더구나 지난 4일 박 회장이 기내식 사태에 사과한 후 과잉 의전과 과거 '기쁨조' 논란이 불거지면서 박 회장의 자질론까지 제기, 직원들은 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7일 인천~후쿠오카행 아시아나항공기 내부, 인천~후쿠오카행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4일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박삼구 회장, 6일 서울 광화무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집회, 2014년 아시아나항공 신입 직원들이 박삼구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
공항과 비행기에서 기자가 만난 일부 승무원들은 회사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했다. 한 승무원은 "일시적으로 기내식이 못 실릴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당연히 상황을 공지해야 한다"며 "회사에서 사전 공지도 없었고, 승객들에게도 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연히 불만은 일선 승무원들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승객 일부는 욕설까지 하며 승무원들을 몰아붙였다. 취재 결과 아시아나항공에서 기내식 관련 공지는 사태 발생 사흘째까지 없었고, 그 이후에야 카카오톡 등을 통해 지시가 내려왔다. 다른 승무원은 "항공사는 매뉴얼로 움직인다. 평소에는 사소한 것까지 하루에 수십개씩 공지가 올라온다"며 "승무원들은 회사에서 지침 없으니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고, 실시간으로 상황이 터지는데도 회사는 회장님 심기만 염려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말을 지나며 기내식 사태는 수습되는 모습이지만 승무원들 불만에서 드러나듯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에 대한 신뢰를 거뒀다. 이번 공급 차질의 표면적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이 LSG코리아와의 계약을 6월 말 종료한 상황에서, 새로 계약한 게이트고메코리아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박 회장의 경영실패에 있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그룹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대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BW 매입을 계약 연장의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LSG코리아는 직접 거래대상이 아닌 금호홀딩스에 대한 투자는 배임의 소지가 있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아시아나항공은 게이트고메코리아로 공급업체를 변경, 화재마저 겹치면서 기내식 대란이 빚어졌다.
박 회장의 처신과 과잉의전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기자들이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을 개설, 감쳐졌던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한편 6일과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놀란 박 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으로서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5일과 6일에는 오쇠동 본사와 인천공항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내부 수습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박 회장 방문 전 사측이 직원들에게 "오늘 CCC(박삼구 회장 코드명)께서 격려차 공항 방문 예정입니다. 직원들은 개인 용모와 복장 점검 부탁드리며, 지점장님과 함께 이동 예정이니 지나가다 마주치시면 인사 철저히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는 메시지를 전달, 공분만 샀다. 직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는 "박 회장 방문에 대비해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라며 "기내식 사태를 맞아 일선 직원들은 녹초가 됐는데 회장 의전까지 신경써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는 불만들이 이어졌다.
게다가 2014년 아시아나항공의 신입 승무원들이 박 회장을 위해 노래와 율동을 연습하는 동영상이 공개, 이른바 '기쁨조'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여론도 악화됐다. 직원들은 "4개월의 신입 연수기간 박 회장이 찾을 때마다 이런 공연에 강제 동원됐다"며 "박 회장이 오면 손을 깊숙이 잡고 꽉 안으라는 간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교육생 스스로 준비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경영실패와 함께 갑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박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일본 후쿠오카=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