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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개혁파 금감원장, 금융위와 곳곳 충돌 예고
윤석헌 교수 8일 취임…금융감독체계·인터넷은행·노동이사제 등 최종구 위원장과 이견
입력 : 2018-05-07 오후 2:31:33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민간개혁파로 분류되는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가 금융감독원장에 선임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출동할 지점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충돌이 예고된다. 윤석헌 원장이 주장해온 금융감독기능 강화와 은산분리 완화 반대, 노동이사제 도입 등이 금융위원회 정책기조와 맞지 않는 탓에 금융위와 엇박자를 내거나 갈등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윤석헌 금감원장은 오는 8일 취임식을 앞두고 연휴동안 금감원 임원들과 금융감독 현안을 논의했다. 내정 사실이 발표된 4일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으로부터 기초 상황보고를 받았으며, 이날은 각 업권담당 부원장보로부터 현안을 보고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이슈에 대한 현황과 대응방안에 대해 보고를 했다"며 "아직은 감독 현안에 대한 특별한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존 감독 방향에 대한 변화를 주기 보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연이은 수장 낙마로 흐트러진 금감원 조직 쇄신과 본연의 임무인 금융감독 업무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 기능 강화나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대한 윤 원장의 철학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윤 원장은 금융위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계가 불합리하다며 줄곧 개편을 요구해 온 인물이다. 특히 금융위원회의 해체까지 거론해 온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금융감독 체제 개편에서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원장은 지난해 금융위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이끌면서 직접적으로 금융위 해체를 요구하진 않았지만 계속 불합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미묘한 갈등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최 위원장은 기능재편이 이뤄지면 금융위의 권한이 크게 줄어드는 데다 조직개편 방향에 따라 금융위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한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이와 함께 민간 금융회사의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 문제도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윤 원장은 금융혁신위원장 시절 민간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놨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들과 친한 사외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든다는 '참호구축'이라는 표현도 윤 원장의 이론적 토대에서 나왔다.
 
반면 최종구 위원장은 "노동이사제를 법으로 제도를 만드는 건 시기상조"라며 "하고 안 하고는 개별 은행에서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동이사제는 노사 간 전반적인 합의가 우선해야 할 문제라며 민간 금융회사가 우선으로 도입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석헌 원장과 금융위원회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입장도 엇갈린다. 금융위에 권고안을 발표했던 지난해 12월 "자본금 부족 문제를 직면한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에 대해 은산분리 완화와 같은 정책적 지원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드러낸 셈이다. 윤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의 친기업성향을 우려하며 금산분리와 관련해 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금융 성장과 배치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터넷은행의 추가 인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위로서는 윤 원장의 이 같은 인식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초까지도 "국회가 은산분리 예외를 인정해 인터넷은행 효과를 극대화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며, 최근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어 제3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사 지배구조나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재벌개혁 이슈는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윤 원장의 손으로 들어온다. 윤 원장이 지난해 금융위가 난색을 보였던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를 주도해온 만큼, 앞으로 대기업 금융계열사에 대한 감독권도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방안은 모범규준 형태로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이르면 올 3분기 중 개정된다.
 
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기존 최다출자자 1인에서 최대주주 전체와 그 밖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주주까지로 늘어난다. 일례로 삼성생명의 경우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 회장뿐 아니라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심사 대상이 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민간 학자 시절에 윤 원장이 주장했던 정책 제도 개선 과제들은 금감원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어 그대로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금융위 주도의 감독체계에 대한 비판의식을 뚜렷하기 때문에 금융정책 실현과정에서 충돌로 비춰지는 연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신인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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