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지난 9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위치한 LG화학 대산공장 방문 일정에는 ‘안전체험센터' 견학도 포함됐다. 처음에는 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이나 관람 위주로 진행되는 안전교육관이라고 생각했다. 안전교육관은 웬만한 공장에는 다 있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직접 방문해 본 대산공장 안전체험센터의 첫인상은 마치 놀이공원이나 체력단련장 같았다. 대산공장 내 각종 설비와 장비들을 축소판으로 재현한 모형들이 곳곳에 보였다. 안전요원들은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각종 재난상황에서의 대처 요령을 시연했다. 참가자들도 안전요원들의 안내를 받아 재난상황을 직접 체험하면서 안전사고의 경각심을 키웠다.
화학공장들은 화재·폭발에 따른 인명사고와 유해물질 유출에 따른 대기오염 사고의 단골 장소로 꼽힌다. 환경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는 90여건에 이른다.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은 높지만 체계적 훈련과 몸에 익는 실질적 교육이 미비한 게 사실이다. 국내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2016년에는 독일 최대의 화학회사인 바스프사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2명이 숨지기도 했다.
모든 공장에서 안전사고를 줄이려는 노력과 교육 등이 분주하지만 체감 효과가 작았다. 머릿속에서 이론적으로는 안전의식이 많지만 몸으로는 숙달되지 않아 안전부주의가 만연한 탓이다. LG화학이 지난해 문을 연 안전체험센터는 기존의 강연과 관람식 교육 대신 말 그대로 체험을 통해 안전 경각심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워졌다. 국내 업계에서는 최초라는 게 LG화학 측 설명이다. 안전체험센터 건립에는 약 10억원이 투자됐고, 안전체험관(90평)과 영상체험관(20평) 등의 시설을 갖췄다.
LG화학 대산공장 안전체험센터에서 안전요원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LG화학
먼저 안전체험관은 건설안전과 전기안전 등 총 5개 분야 24종의 체험설비를 갖추고 보호구 충격체험과 과전류 체험, 떨어짐 체험 등을 임직원이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전모를 쓰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망치를 직접 맞아보거나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에서 높은 곳에서 떨어져 봄으로써 안전모와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직접 깨닫는 방식이다. 또 과부가 걸린 전선피복에 불이 붙는 실험, 비산분진 등에 불꽃이 튀어 금세 큰불로 연결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면서 낡은 전선과 과부화, 작업장 내 분진 발생의 위험에 대해 경각심을 갖기도 했다.
특히 영상체험관은 최신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장비를 이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줄이면서 안전사고에 대처하는 요령을 습득할 수 있게 한 곳이다. VR 전용 고글을 착용하자 눈앞에는 실제 석유화학 생산현장과 동일한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에서 보이는 대로 손을 움직이면서 작업현황판과 비성대피로 등을 작성·게시하는 것부터 밸브에서 가스가 새어 나는 상황까지 대처하면서 화기작업 때 어떻게 근무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의 안전교육 방향은 단순히 '이렇게 하면 위험하다'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니까 위험하다'며 직접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라며 "저는 두달에 한번꼴로 공장을 방문하고 있지만, 매번 갈 때마다 안전환경은 모든 사업 활동에서 최우선 되어야 할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