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강한 남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지섭이지만 의외로 눈물이 많단다. 그저 그에 대한 외모적 선입견일 수도 있겠다. 안방극장에선 의외로 멜로적 성향이 강한 작품을 주로 소화해 왔다. 그의 외모와 연기력은 멜로에 최적화된 맞춤형인 듯 눈길을 끌고 화제를 모았고 시청률을 견인했다. 스크린에선 마초와 멜로의 극단을 오갔다. 배우 소지섭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영화는 영화다’ 속 ‘이강패’는 지금도 소지섭을 스크린에 각인 시킨 작품이다. ‘오직 그대만’의 ‘철민’은 그가 지금도 기억하는 멜로에 대한 좋은 기억이다. 동명의 일본 원작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40대의 소지섭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림이 분명 있었다. 그 역시 인정한다. 막연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스스로도 기분이 좋았던 추억이.
소지섭. 사진/매니지먼트 51k
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편안했다.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 그 이미지와 여운 그리고 잔상이 남을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어두운 액션 영화를 찍고 만났을 때의 기억이 남는다. 이날 만난 그는 밝았다. 웃고 있었다. 행복한 기운이 넘쳤다. 아니 보기 좋게 찰랑거리는 물이 담긴 유리 글라스처럼 맑았다. 그 역시 그런 이유를 전했다. 아니 이유를 모르겠단다. 그저 작품의 기운이 남은 것이라고.
“글쎄요. 지금도 기분이 좋아요. 개봉 전이지만 영화에 대한 좋은 평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것도 좋고.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요. 촬영 할 때도 기분이 좋았고. 사랑을 주제로 한 것도, 가족 간의 사랑을 얘기한 것도. 모두가 좋아요. 아마도 배우라면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좋은 작품을 하면 그 기운이 좀 오래가요. 영화 속 ‘우진’도 마지막에는 웃잖아요. 부족하지만 힘들지만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웃음)”
사랑하는 아내 수아(손예진)가 죽고 아들(김지환)과 둘이 사는 ‘우진’. 40대의 소지섭은 극중 자신의 아들 역으로 나온 아역 김지환 군과 실제 촬영 기간 동안 부자지간으로 지냈다. ‘아빠’라고 부르며 따르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단다. 물론 대화의 소통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남자 대 남자로서 몸으로 부딪치고 놀며 아역 배우와의 벽을 무너트리는 데 집중했다고.
소지섭. 사진/매니지먼트 51k
“하하하. 아들하고 몸으로 많이 놀아줬어요. 오디션에도 제가 참여를 했고. 뭐 오디션이라기 보단 최종 2명이 올라왔는데. 그때 아들을 선택했죠. 감독님과 상의를 했고. 아들로 선택된 친구가 긴 호흡의 연기를 전혀 해본 경험이 없더라구요. 오히려 그 지점이 신선하고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란 의견을 냈고. 감독님도 동의하셨죠. 현장에선 저와 진짜 부자지간으로 지냈는데. 말로는 소통이 안되더라구요(웃음). 한 세 마디 정도 주고받으면 쪼르륵 저리 뛰어가고 이리 뛰어오고. 완전 에너자이저라니까요. 하하하.”
아들과의 궁합도 찰떡이었지만 사실 손예진과의 '합'이 가장 중요했다. 이미 손예진은 ‘멜로퀸’으로 정평이 난 충무로 최고 여배우 중 한 명 아닌가. 17년 전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함께 출연한 기억은 있다. 하지만 워낙 오래 전 기억이다. 소지섭도 ‘자세한 기억은 사실 안 난다’며 웃는다. 드라마 출연 이후에는 광고 촬영 현장에서 한 두 번 정도 만났을 뿐이라고.
“너무 다행이죠. 이 장르에서 예진씨는 최고 아닌가요? 하하하. 함께 해본 손예진은 정말 완벽주의자에요. 물론 멜로 장르에선 최고였고. 감독님이 오케이를 하셔도 ‘더 해보겠다’며 다른 느낌 다른 감정을 준비해 와서 시도를 해요. 받아야 하는 입장에선 너무 기분이 좋죠. 예진씨가 주면 내가 받고. 현장에서 서로 뭔가를 상의하는 게 아니라 정말 셀레이면서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즐겁고 행복했어요. 실제로 촬영하면서는 ‘우진’과 ‘수아’였으니.”
소지섭. 사진/매니지먼트 51k
사실 소지섭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캐스팅 섭외가 왔을 때 거절을 했었단다. 여성 팬들의 입장에선 오랜만에 만나는 소지섭표 멜로를 보지 못할 뻔했다. 원작 소설도 읽었고, 일본판 영화도 봤다. 워낙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읽고 본 소설이고 영화라 자신이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머리속에서 떠오르지 않았다. ‘아들을 홀로 키우는 남자의 순애보’란 모습이.
“우선 아빠란 이미지가 안 떠올랐어요. 초등학교 1학년의 아들을 둔 아빠. 그런데 아내가 먼저 죽었다. 구김살 없는 아들과 웃으며 살고 있는 남편. 그저 연기로 보여야 하면 할 수는 있죠. 그런데 자연스러울까. 고민이 됐어요. 주변에 결혼해서 자녀를 둔 친구들도 있고 하지만. 내가 그 모습을? 더욱이 아내가 먼저 죽었다는. 그리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다분한? 정말 자신없었죠. 거절했는데 감독님과의 대화로 풀었고. 거기에 손예진이란 멜로 퀸이 합류를 하니. 더 이상 거절이 안됐죠. 하하하.”
비록 영화였지만 그리고 그 안에서 겉모습은 사실 불행한 모습이지만 결혼을 해봤다. 사랑을 해봤다. 풋풋했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 추억도 꺼내 봤다. 문득 사랑을 하고 싶다는 느낌도 들었다. 첫 사랑과의 기억도 났다. 설레임을 느끼는 경험도 했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날 때 꺼내보고 싶은 영화’로 자신의 안주머니에 담고 싶은 영화가 됐다.
소지섭. 사진/매니지먼트 51k
“제가 영화 쪽에선 많이 어둡고 힘든 작품을 많이 했었잖아요. 이젠 좀 멜로가 가득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란 생각을 했는데 충무로 현실이 그렇지도 않고.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만족감이 컸어요. 이젠 조금씩 사랑을 좀 해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고. 물론 과거에도 현재도 연애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잘 안되는데. 하하하. 결혼은 꼭 하고 싶어요. (영화에서지만 결혼을) 해보니깐 옆에 누가 있으면 큰 힘이 될 듯해요.”
그는 인터뷰 동안 ‘설레임’이란 단어를 많이 썼다. 영화 속 ‘우진’이 다시 만난 아내 ‘수아’에게 느낀 감정도 그랬다.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 과거의 설레임 그리고 배우로 데뷔한 뒤에도 있었던 사랑에 대한 설레임 그리고 앞으로도 느낄 설레임을 전했다. 영화를 본 뒤 관객들이 자신이 느끼고 느꼈고 또 느낄 그 감정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저도 나이가 있는데 사랑을 안 해 봤겠어요. 하하하. 고교 시절 첫 사랑에 대한 기억도 났고. 그 이후의 사랑도 떠올랐고. 극중에서 손예진씨와 버스 정류장에서 찍은 손을 잡는 장면에선 정말 가슴이 뛰더라구요. ‘맞아 그때 그랬지’란 그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잊고 지낸 감정이랄까. 우리 영화가 그런 것 같아요. 개봉 이후 연인 혹은 부부 또는 썸을 타는 분들이 함께 보신 뒤 극장을 나설 때는 손을 꼭잡고 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웃음)”
소지섭. 사진/매니지먼트 51k
이번 영화로 결혼을 꿈꾸게 됐다는 소지섭이다. 과정과 결과가 영화 속 ‘우진’처럼 슬프지만 아름다운 행복이라도 좋다. 아니 영화는 영화로만 남기도 싶단다. 연인에 대한 사랑이고 아내에 대한 사랑을 말하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말한다고 한 줄 평을 전한 소지섭이다. 그가 그리는 가족의 모습이 궁금하다.
“옛날부터 막연하지만 그리는 가족의 모습은 있어요. 뒷모습인데 아내와 두 자녀 그리고 제가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요. 아이들이 저와 아내의 사이에 들어와서 손을 잡고 가는 네 식구의 모습. 그런데 뒷모습만 떠올라요. 앞모습은 어떨지 상상이 안되요. 아들 둘일까, 아들 딸일까, 딸과 딸일까. 아내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이 안되요(웃음). 그 앞 모습은 지금부터 만들어 가보려고 해요. 뭐 아직 늦지 않았잖아요.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