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지 100여 일 만에 다시 구속 위기를 피했다. 검찰이 즉각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박 의견을 내면서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다시 논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판사는 7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종전에 영장이 청구된 사실과 별개로 본건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의 내용을 볼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수사축소 방침을 지시한 사실이 부하 장성 등 관계자 다수의 진술 등 증거에 의해 명백히 인정되고,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수사를 축소한 부하 장성 등 다수가 구속됐다"고 밝혔다. 이어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만나게 한 사실 등 명백하게 인정되는 사실조차 전면 부인하는 등 거짓 주장으로 일관하는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한 영장판사의 결정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사안의 진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정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임의로 변경한 사안도 수백 명의 국민 생명을 잃게 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 책임을 모면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로 자행한 것으로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기각 사유를 살펴본 뒤 다시 영장을 청구할지 판단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김동진 판사도 7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속영장 발부에 관한 글을 올리며 "국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소정의 구속요건과는 전혀 무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재차 사용하고, 아무런 설명도 안 하고 있다"며 "주권자인 국민들에 대해 여전히 법원조직이기주의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범한 국민들이 이성적으로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이유 적시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실질적 맥락이나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결론을 내린 채 국민들을 향해 '그런줄 알라'라고 말하지 말라. 당신들은 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형사소송법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서 주거부정, 증거인멸, 도망 염려가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유 심사 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도 고려사항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영장전담 판사 한 명이 유무죄 판단을 하고 그 근거를 자세히 밝히지 않아 자의적 기준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 간부 등 주요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격화했다.
이처럼 구속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다면 구속영장 기각·발부 사유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중요한 범죄이거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 경우 법원이 영장 발부·기각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는 게 필요하다"면서 "짧은 시간에 판사 한 명의 판단으로 결정이 되기 때문에 적어도 두 명 이상의 판사들이 합의해 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발부될 경우 검사나 피의자가 항고할 수 있도록 하는 '영장항고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검찰은 지난 2006년 론스타 사건 수사 당시 체포·구속 영장이 열두 차례나 기각되자 "법원이 검찰 수사에 인분을 뿌리고 있다"며 영장항고제 도입 등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법무부에 전달한 바 있다. 다만 피의자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검찰이 구속 수사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고, 국민들이 구속과 유죄를 동일하게 보는 인식이 지양돼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김 전 장관은 2013~2014년 국방부 조사본부의 군 사이버사 정치 댓글 공작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를 받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임의로 수정한 혐의도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군 사이버사 정치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11일 만에 법원의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다. 검찰은 수사 방해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으나 김 전 장관의 신병은 확보하지 못했다.
군(軍) 사이버사령부 정치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석방된 지 3개월 만인 지난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