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미국 정부가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강화를 공언하면서 국내 철강 대기업 외에 에너지용 강관을 수출하는 중견기업들의 시름 또한 깊어지고 있다. 수년간 계속돼온 반덤핑 관세 외에 이번 '관세 폭탄'이 추가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산 세탁기, 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을 선언한 이후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규제 세부안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나올 예정이다. 백악관 관계자가 나서 이번 관세 부과에서 특정 국가를 제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가운데 미국에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중견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피해가 예상되는 중견기업은 주로 유정관이나 송유관 등을 수출하는 강관업체들이다. 휴스틸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세부 규제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수시로 회의를 소집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국내 강관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은 고가 품종인 에너지용 강관이 대부분인데 고관세를 받게 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휴스틸의 경우 내수와 수출 비중이 4대6 정도로, 수출의 약 70%가 미주향 송유관이다.
넥스틸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넥스틸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미국으로부터 반덤핑 관세에 대한 지속적인 타격을 입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유정관 수출을 아예 중단한 상태다. 넥스틸 관계자는 "미주향 유정관 수출을 못하게 되면서 수출량이 65% 정도 감소한 상황"이라며 "이번 관세 조치가 시행되면 반덤핑 관세에 대한 대응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25% 상당의 관세를 부가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유정관 한 제품에 대해 규제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제품까지 규제를 받게 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넥스틸은 현재 자체적으로 대략적인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 대응책은 확정하지 못한 채 일단 트럼프 행정부의 세부 규제안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중이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이 없는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남선알미늄 관계자는 "수출할 때 HS코드 분류에 따라 알루미늄 품목이 다양하게 분류된다. 아직 품목이 특정된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무역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견기업들은 결국 정부가 나서서 미국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구체적인 덤핑 이슈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트럼프 정부에서 나오는 각종 규제는 결국 정치적 이슈 아니냐는 입장이다. 중견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를 비롯해 정부 측에서도 열심히 업계 이야기를 듣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는 점은 감사하다"면서도 "다만 대부분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는 내용이 WTO에 가서 보복관세 조치를 취하자는 것인데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WTO에 제소해 결과를 기다리자면 3~4년이 걸릴 수 있는 데다 미국 또한 추가적으로 보복관세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강화를 예고하면서 국내 중견 철강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미 상무부 232조 발표 대응 민관 합동 대책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