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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라진 밤’ 김상경, “완벽한 구성과 계산”
반전을 위한 복선·맥거핀·트릭 가득…"오랜만에 괜찮은 스릴러"
입력 : 2018-03-05 오후 4:01:3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배우 김상경은 두 가지의 큰 '아우라'가 있다. 하나는 ‘진보적’이란 타이틀이다. 평소 정치적 발언이나 그런 성향을 드러낸 적은 없다. 아니 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출연해 왔던 작품이나 성향을 보면 그럴 만한 여지도 충분히 있다. 상업적 코드를 따라가지 않는 모습. 이슈와 정치색이 두드러진 영화에 그는 모습을 드러내 왔다. 그것이 그의 색깔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들은 그렇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형사 전문 배우’다. 김상경은 이 부분에 사실 딱히 유쾌한 속내는 아닐 것이다. 희대의 걸작 ‘살인의 추억’ 그리고 범죄 수사물 ‘몽타쥬’, ‘살인 의뢰’ 단 세 편이 그의 형사 출연작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수식어가 붙은 것은 어찌 보면 그의 캐릭터 소화력일지 모른다. ‘사라진 밤’을 통해 네 번째 ‘형사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도 또 그를 선택한 감독의 믿음도 딱 그 지점이 아닐까.
 
워낙 달변인 김상경은 이번 ‘사라진 밤’에 대한 놀라움을 연신 쏟아냈다. 치밀하고 계산된 구성과 감독의 완벽에 가까운 준비는 베테랑 김상경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상경이 또 형사를 연기한다. 이유가 있다’는 홍보 문구와 리뷰 속 극찬처럼 ‘사라진 밤’은 반전과 그것을 위한 복선 및 맥거핀 그리고 트릭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상경 역시 그런 지점에 끌렸다. 배역이 아니었다.
 
김상경. 사진/씨네그루
 
“또 형사? 이미 ‘몽타쥬’ 때도 ‘살인 의로’ 때도 그랬고. 그 전에는 ‘살인의 추억’이 있었고. 그저 잘된 작품들 속 제가 연기한 게 형사였으니 그런 선입견이 생긴 것 아닐까요. ‘살인 의뢰’ 때도 이 질문이 많았었죠. 그래봤자. 두 작품 ‘형사’ 연기 했는데. 하하하. 전 작품 속 이야기로 출연을 결정하지 캐릭터의 완성도? 이런 걸로는 안 움직여요. 글쎄요. 저에 대한 숙명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 영화는 얘기가 너무 환상적이었어요. 헐렁한 형사? 근데 치밀한? 관심이 가죠(웃음)”
 
김상경은 ‘사라진 밤’ 최고 흥미 포인트로 철저하게 계산된 장면과 숏의 연결성을 꼽았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이창희 감독의 준비를 언급했다. 물론 영화의 반전과 트릭을 위해 준비된 ‘허술함’ 그리고 배우들의 합도 최상이었다고. 그럼에도 그가 꼽은 것은 전체가 조화롭게 이뤄진 재미와 연결의 완성도였다. 이런 지점은 그의 고민을 덜어줬다. 다시 한 번 ‘형사 연기’를 하는데 주저함을 지워버린 것이다.
 
김상경. 사진/씨네그루
 
“저도 경력이 좀 있고. 웬만큼 경력이 있는 배우들은 시나리오를 한 10페이지 정도 읽으면 뒤가 사실 보여요. ‘아~ 이 인물이 뒤에서 이렇게 하고 저렇게 되고’ 등등. 그런데 ‘사라진 밤’은 3분2 지점까지 읽으면서도 예측이 안됐어요. 그 지점이 넘어가면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죠. ‘아!!! 뭐지!!!’ 이러면서 다시 앞쪽으로 넘어와 읽고, 얘기를 맞춰보고. ‘캬~’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반전을 위해 준비된 소스들이 모든 걸 헷갈리게 해 놓은 거죠.”
 
이 같은 반전은 스페인 영화 ‘더 바디’에서도 등장한다. 물론 색깔은 다르다. 김상경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으면서 원작이 있는지 몰랐다고. 그저 ‘사라진 밤’ 시나리오를 단 한 번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워낙 재미가 있었기에 선택의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김상경은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선택한 결정이 옳았음을 느꼈다고.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경제적’인 구조였지만 촬영 과정 자체도 그랬단다.
 
김상경. 사진/씨네그루
 
“보통 감독님들은 장면을 촬영하거나 구성할 때 1순위부터 5순위 정도까지 생각을 하고 촬영을 하세요. 편집을 위해서죠. 그런데 ‘사라진 밤’은 그런 촬영이 거의 없었어요. 감독님이 아주 계산적으로 준비를 철저히 하신거에요. 촬영 전에 만나 본 감독님에 대한 느낌도 그랬어요. ‘어떻게 어떤 식으로 촬영을 하겠다’란 계획이 완벽하게 세워져 있으시더라구요. 좀 위험한 구성도 있었는데 뭐 그런 점에 대해 전 약간 조언을 한 정도? 물론 그 지점도 완벽하게 소화하셨죠.”
 
김상경이 말한 ‘위험한’은 사실 ‘사라진 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한정된 공간 속 밀실 트릭에 가까운 구조다. 배역들의 과거와 현재를 위해 다양한 ‘플래시백’도 사용된다. 영화 전체의 절반 이상이 한 장소에서 이뤄진다.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배우들도 김상경·김강우·김희애 세 사람이 거의 전부다. 여기에 범인 자체를 처음부터 공개하도록 이끌어 간다.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이 모든 것을 커버해야 하는 구성이 됐다.
 
김상경. 사진/씨네그루
 
“음...우선 전 원작이 있다는 얘기만 듣고 시나리오를 봤어요. 지금도 원작은 안봤고. 감독님이 ‘원작이 재미가 있다. 반전이 죽인다.  그런데 원작은 반전까지 가는 방식에 구멍이 많다’ 등의 설명을 하셨죠. 그런걸 따져 가면 원작에 허점이 아주 많다고 하시더라구요. 우린 무언가 합리적인 추리를 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줘야겠다. 이게 감독님이 생각한 리메이크였어요.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구성을 하고 계산을 하고. 치밀할 정도로 생각을 해오셨더라구요. 결과적으로 배우들만 잘하면 됐죠.”
 
그의 말처럼 남편 박진한을 연기한 김강우, 그리고 포스터에 자리한 사라진 시체를 연기한 김희애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따지고 보면 김상경은 조력자에 가까운 위치가 됐다. 그럼에도 김상경은 출연을 결정한 이유 중 또 다른 이유로 두 사람의 합류를 꼽았다. 대학 후배이자 절친 김강우, 그리고 선배 김희애의 합류는 그에게 천군만마와 같은 느낌을 전해 줬다. 스스로가 생각한 지점도, 감독이 생각한 지점도, 그리고 감독과의 상의 속에서 떠올린 이미지가 완성됐다.
 
김상경. 사진/씨네그루
 
“촬영 전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했어요. 장점도 두드러지고 많았지만 위험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으니. 먼저 사라진 시체는 무조건 유명한 분이 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신인 연기자분이 할 경우 관객들에게 설득력이 분명히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영화를 보시면 아실 거에요. 김희애 선배가 안하면 저도 안한다고 엄포까지 놨었다니까요. 하하하. 강우 같은 경우는 이번 영화가 인생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섣불리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아닌데 기가막히게 소화해 줬잖아요.”
 
올해 ‘1급 비밀’부터 ‘궁합’ 그리고 ‘사라진 밤’까지 매달 한 편씩 출연작이 공개되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인 김상경이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출연작이 몰리게 됐단다. 다작 배우는 아니지만 특별히 작품 활동에 신중을 가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올해는 유독 몰리게 됐다. 다음 작품도 준비를 해야 하고.
 
김상경. 사진/씨네그루
 
“우스갯소리로 ‘월간 김상경’이냐는 말도 들었어요. 너무 다행인 건 세 작품이 너무 다른 캐릭터란 점이죠. ‘1급 기밀’은 군인, ‘궁합’은 왕. ‘사라진 밤’은 스릴러(웃음). 글쎄요. 지금 마음으로는 ‘사라진 밤’이 가장 잘되길 바라고 있죠. 하하하. 오랜만에 괜찮은 스릴러 한 편이 나왔다고 자부합니다. 분명히 보는 재미가 충분하실 거에요.”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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