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노사간 임금협정으로 부가가치세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후 근로자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고용자가 유급휴일 수당에서 부가세 수당을 제외하고 지급했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용자로서는 부가세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소속 택시 운전기사에게 유급휴일 수당을 지급하면서 부가세 수당을 고의로 제외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된 S교통 대표 조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심리를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구 조세특례제한법은 부가세 경감세액에 대해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는 대로 일반택시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 및 복지 향상에 사용한다는 취지로만 규정했지만 2010년 5월 개정된 뒤에는 부가세 경감세액 전액을 운수종사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했다”고 전제했다.
또 “이에 따라 개정된 국토해양부 장관 지침에는 부가세 경감액은 운수종사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노사합의에 따라서는 기본급이나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유 때문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후에는 부가세 경감세액의 성질과 귀속 주체에 대한 해석상 다툼의 소지가 있었고, 통상임금의 개념이나 범위도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가 있기 전까지는 실무상 혼선이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노사가 2011년 5월 임금협정서를 작성할 당시 부가세 수당을 통상임금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합의한 점, 이에 대해 피해자를 제외한 근로자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부가세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함으로써 피해자가 피해를 본 금액은 총 2만2460원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으로서는 부가가치세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단순히 노사간 합의로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해 매월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됐다는 것만을 이유로 부가세 수당을 통상임금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고 이를 지급하지 않은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S교통 노사는 2011년 5월 임금협정서를 작성하면서 임금산정 내용은 월정액급여 임금표준산정표에 준한다고 합의했다. 합의 내용에는 조세특례법상 정한 일반택시운송 종사자에 대한 부가세 경감액을 통상임금인 수당에서 제외하고 월 기본급만을 203시간으로 나누는 방법으로 시간당 통상임금을 계산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S교통 소속 택시기사들은 노사간 합의사항이라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S교통 소속 택시기사인 김모씨는 조씨가 유급휴일 수당을 지급하면서 고의로 4차례에 걸쳐 부가세 수당 중 일부를 누락해 2만246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삼았고, 결국 조씨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 2심은 “부가세 수당의 근거가 되는 부가세 경감세액은 조세제한 특례법과 국토교통부장관 지침상 근로자 개개인에게 기본급, 수당 등 명목으로 현금지급해야 하고, 이는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급휴일 수당에서 이를 제외한 것은 고의에 의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 조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조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