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안태근 전 검사 성추행 사건’ 등 검찰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직권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검찰 전반에 대한 상설 외부기관의 조사는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다. 2010년 '스폰서검사' 사건 당시 판사 출신의 민경식 특별검사가 조사를 한 바 있지만, 이번 인권위 조사와는 결이 다르다.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2일 오후 서울 저동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전 상임위원회에서 직권조사 실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 검사 성추행 사건의 진정을 지난 1일 접수했다면서 ”피해자의 주장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진정 이외에도 그간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고 피해자가 구제를 호소하기 어려운 남성위주의 조직문화적 특성을 감안할 때 내부 고충처리시스템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늘 직권조사 실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국민의 성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검찰의 고위 간부가 공개된 장소에서 여성 검사에 대해 강도 높게 성추행한 후 피해자에게 사과와 응분의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문제 제기를 묵살하고 오히려 그 직위를 이용해 인사상 불이익까지 주었다는 것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 주장에 따르면 검찰 내에서 전혀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불이익이 이어지자 2017년 급기야 법무부장관에게까지 호소했으나, 역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으나, 조직 내에서 전혀 보호받지 못해 결국에는 8년 만에 외부에 알릴 수밖에 없었고, 법을 집행하는 검사 역시 여성으로서 성폭력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어 “피해자 주장과 언론 보도 등에 의하면 이번 사건 외에도 검찰 내 성폭행 사건과 성희롱 사건이 수차례 발생해 왔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이 묻혀버리거나 피해자만 조용히 조직을 떠난 사건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심각성과 중대성이 있다”면서 “유사사건의 재발방지와 대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검찰 내 성희롱, 성폭력 등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30조 3항은 ‘위원회는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 진정이 없는 경우에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인권위는 검찰조직 내 성희롱, 성추행 사건처리 현황 등을 조사하고 그간의 피해 사례에 대한 제보 수집과 참고인 면담조사 등 다각적인 접근으로 직권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직권조사를 통해 검찰 내 성희롱사건 처리와 피해자 인권보호 조치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재정비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피해자는 사건을 드러낸 이후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이고 부정적인 소문, 피해자의 업무능력과 근무태도에 대한 왜곡 등이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에 인권위는 검찰청 내외에서 확대 재생산 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적 피해의 중단과 검찰 조직 내 구성원들에 대한 특별교육 실시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법무부와 검찰청에 촉구했다.
그는 이어 “언론사 ‘인권보도준칙’에 따라 피해자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치게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준수하고, 피해자에 대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검찰 내 성희롱·성폭력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