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이른바 ‘이명박 특검 수사’를 맡았던 정호영 전 특별검사가 ㈜다스 경리 여직원의 120억원 횡령 동기가 ‘창업자금 마련’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친형 명의의 회사자금으로 조성한 비자금이라는 의혹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결론이다. 여기에 석연찮은 사실관계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의혹이 증폭된다는 지적이다.
정 전 특검은 9일 특검수사 당시 발견된 수상한 자금에 대한 언론의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이를 해명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다스 경리 여직원 조모씨는 입사 6년차 쯤인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다스의 외환은행 법인계좌에서 수십억원씩 출금되는 날짜에 허위출금전표를 삽입해 출금액을 과다 기재하는 수법으로 매월 1~2억씩 수표로 빼낸 다음 거래처 직원으로 친하게 지냈던 이모씨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이 돈을 가족과 지인 등 20여명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5년간 관리했다.
정 전 특검의 설명을 뜯어보면 조씨는 기혼자인 이씨와 각별했던 사이로 보인다. 이씨는 다스 계열사인 세광공업 경리팀에서 근무하다가 직장폐쇄로 직장을 잃었다. 정 전 특검은 이씨가 직장을 잃은 뒤 두 사람이 자주 만나면서 친하게 지냈고 조씨는 향후 이씨와 함께 사업을 할 경우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돈을 빼돌렸다고 횡령동기를 밝혔다.
조씨는 5년간 매월 억대의 돈을 이씨에게 전달하면서 실체를 말하지 않고 그냥 보관하고 있으라고 말했고, 이씨도 처음에는 무슨 돈이냐고 묻다가 보관만 하고 있으면 된다는 조씨 말에 조씨가 회사 자금을 별도로 보관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돈을 자신의 친인척과 지인 등의 명의로 보관했다.
이 자금에 대해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는 중국으로 도주했다가 조씨가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가족들이 설득하자 귀국해 특검 수사에 응했다. 이씨 역시 조씨가 범행을 저지르고 있음을 알았거나 최소한 자신이 관리한 자금이 검은돈이라는 사실은 인식했다는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이씨는 중국 도피 당시 조씨로부터 받아 관리하고 있던 돈 87억원의 출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자신의 처가에서 받은 돈 10억원이 포함돼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 근거를 대지 못했다.
조씨와 이씨는 자신들이 횡령한 금액 중 일부를 같이 또는 각각 사적으로 사용했다. 전 직장인 세광공업 폐쇄로 실업상태였던 이씨는 조씨가 맡긴 자금에서 생활비 명목으로 200만원씩 5년간 1억원을 사용했다. 또 자신의 주택구입 자금 명목으로 1억원, 기타 재산 취득비용으로 1억원을 사용했다. 특검에서 “조씨가 관리하는 회사자금인줄 알았다”는 진술과 모순된다. 조씨도 자신의 어머니 계좌에 자금을 넣어 관리하면서 전세보증금 1000만원과 수표를 현금화한 1억원을 사용했다.
두 사람은 같이 유흥비 명목 등으로도 돈을 썼는데 그 액수가 4억원이다. 두 사람이 같이 쓴 돈만 따져 봐도 5년간 기준으로 매년 8000만원, 매월 600만원을 썼다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봐도 중견기업 말단 사원의 씀씀이가 아니다.
정 전 특검도 이런 조씨의 행위를 볼 때 공범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조씨가 소속된 경리팀과 임직원을 조사했지만 공모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스 경리라인으로는 조씨의 바로 윗사람인 권모 전무는 조씨의 범행 전모를 듣고 “깜짝 놀랐다. 황당하고 어렵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다스 김성우 사장도 특검조사에서 “관리책임을 통감한다. 조씨가 작정을 하고 속이면 월 200억 내지 400억원의 지출에 대해 관련 전표가 수백장이므로 결재를 하는 저로서는 1~2억원의 허위지출을 발견하기는 불가능했다”면서 공모관계를 부정했다. 정 전 특검팀은 이들의 이같은 진술과 회계법인의 감사자료, 통화내역 등을 종합해 조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냈다.
특검팀이 확인한 다스 경리팀 구성과 결재라인은 조씨를 포함한 여직원 3명과 대리 1명, 팀장 1명, 권 전무, 김 사장 등 총 7명이다. 다스 연 매출액이 2300억~4500억원 인 점에 비춰보면 지나치게 허술하다. 그렇더라도 개인 여직원 혼자 5년간 100억원 이상 평온하게 횡령할 수 있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김 사장의 “1~2억원의 허위지출 정도는 발견하기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2008년 1월24일 오전 서울 역삼동 이명박 특검 사무실 앞에서 정호영 특별검사가 많은 언론사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으며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