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유영하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재 기용한 것은 추가 기소혐의인 ‘국정원 특활비 뇌물’사건의 특수성 때문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여태 재판을 받아온 ‘국정농단’ 혐의와는 상당부분 차이가 있다. 우선 ‘국정농단’ 사건의 한 갈래인 뇌물죄는 제3자인 비선실세 최순실이 직접 이익을 본 것에 대한 판단이다. 삼성 등 기업으로부터 건너간 돈은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등으로 들어갔다. 또 상당부분은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씨의 이익으로 귀속됐다. 때문에 혐의도 ‘제3자 뇌물죄’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국정원 특활비 뇌물’사건의 이익 주체는 박 전 대통령 본인이다. 심지어 국정원장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검찰 조사 드러났다. 국정농단사건 재판은 ‘정치보복’을 주장할 여지가 있지만, 이번 사건은 명백한 본인의 부정부패 사건이다.
이와 함께 뇌물이나 국고손실 등의 죄는 유죄 확정시 그만큼의 재산이 몰수·추징된다. 검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국정원 상납 자금만 총 35억원으로, 모두 몰수·추징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조차 잃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이 아니라 자연인으로서의 경제적 기반까지 잃을 상황이다.
기술적인 부분으로, 재판 초기에는 쟁점을 정리하면서 증거에 대한 동의와 부동의를 결정해야 한다. 이 부분은 박 전 대통령이 혼자 할 수 없는 부분이고 반드시 변호사가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말이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면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재판보다 치열하게 방어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국정농단 사건과 같이 '재판 보이콧'을 하거나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유 변호사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신뢰가 전폭적이라는 점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박 전 대통령과 유 변호사가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와 변호인으로 처음 만난 것은 아니다. 유 변호사는 검사로 근무하다가 2004년 서울에서 개업한 뒤 정치계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이 때 박 전 대통령을 알게 됐다.
그가 17, 18, 19대 총선에 모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지만 박 전 대통이 총선 때마다 유 변호사의 선거사무실이나 유세장에 직접 방문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는 “국정농단 사건은 재판이 상당부분 진행되면서 유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쟁점정리와 방어를 다 한 다음 사임했다. 그러나 ‘특활비 뇌물 수수’는 새로 시작해야 하는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스스로 믿을만 한 변호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변호인단 선임이나 ‘재판 보이콧’, 국선변호인 선임 등 기존에 사용했던 방어 전략과는 달리 유 변호사만 변호인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건 자체도 복잡한 게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었던 2012년 경기도 군포시 산본시장을 방문해 당시 총선에 출마했던 유영하 후보 등과 함께 지역상권을 돌아보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