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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뺏겨도 피해자 입증책임…사력다해 이겨봐야 '상처투성이'
대형로펌 상대 지난한 싸움 각오해야…기술분쟁조정위 등 조정도 강제성 없어 한계
입력 : 2017-12-05 오후 6:15:20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구제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탈취 여부를 두고 기업간 법정 다툼을 벌일 경우 대법원 판결까지 치러야할 시간과 비용은 대부분 피해 당사자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법의 힘을 빌리더라도 기술탈취 증거를 수집하고 기술의 고도성을 입증해야 하는 주체는 바로 피해기업이다. 분쟁 발생시 대형 로펌을 섭외해 총력전을 펼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이나 인력 면에서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다 주요 거래처인 대기업과의 관계 악화에 따른 수주 중단도 감내해야 한다. 모든 것을 걸고 싸워도 이길 확률이 적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 이겨도 상처뿐인 싸움이라 불리는 이유다.
 
현대차와 경북대가 등록한 특허에 대해 무효 소송을 벌이다 최근 1심에서 승소한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는 5일 "현대차와 계약해지를 당해 매출이 전무한 상태다. 또한 현대차의 새로운 특허 등록 때문에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기 전에는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몇 년째 빚을 내서 월급을 주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특허심판원이나 법원 등 사법기관으로 가기 전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기술탈취 여부를 판가름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조정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피해보상을 강제할 방안은 현재로선 없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현대차와 비제이씨 건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사실규명이 부족하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중기부의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는 양사간 조정이 불성립하자 현대차에 3억원 배상 결정을 내렸지만 현대차가 이를 거부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가 2015년부터 접수받은 45건 중 조정이 성립한 경우는 9건으로,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재판이 아닌 조정 과정에도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가 일부 이를 지원하고 있긴 하나, 대기업을 장기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다. 중기부는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변호인 비용을 최대 500만원까지,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을 경우 최대 1000만원까지 이후 소송 비용을 지원한다. 이밖에 특허청의 경우 공익 변리사를 지원하고 법률구조공단에서 영세한 중소기업에 한해 일부 지원하긴 하지만 역시 대기업을 상대로 싸워나갈 자금으로는 부족한 수준이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선결과제로 최근 기술탈취 문제가 수면위로 급부상한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체감할 만한 수준의 구체적 정책 마련에 대한 요구도 거세질 분위기다. 문재인정부 들어 유일하게 신설된 부서인 중기부의 홍종학 장관은 취임 당시 최우선 과제로 기술탈취 문제 해결을 들고, 문제 해법으로 기존 기술임치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술임치제도란 중소기업 기술자료를 제3의 전문기관에 보관함으로써 기술유출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그보다 기술탈취를 애당초 불가능하게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역시 현대차로부터의 기술탈취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박재국 오엔씨엔지니어링 대표는 "중기부 기술임치제도는 아직은 생소하고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며 "제도는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대기업이 기술탈취를 못 하게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 불공정에 대한 문제인식 같은 부분이 없는 게 문제"라며 "개인적으로 일본과 독일에서 겪은 대기업 문화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나라에서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더 낫겠다 싶다"고 토로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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