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주요 피의자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수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6일 투신해 숨졌다. 2013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변 검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변호사 사무실 건물 4층에서 바닥으로 투신했다.
변 검사는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불과 30분 전이었다. 변 검사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변호사와 상담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렀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날 "재직 중 따뜻한 마음과 빈틈없는 업무 처리로 위아래에 두터운 신망을 받아온 변 검사의 불행한 일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변 검사에 앞서 지난 달 31일에는 국정원 내부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한 정모 변호사가 강원도 춘천의 한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 당시 정 변호사는 자신의 그랜저승용차 안에 탑승한 채 사망해 있었으며, 차량 조수석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소주 2병이 함께 있었다. 정 변호사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국정원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으며, 같은 달 30일 재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정 변호사에 이어 이번에 변 검사까지 사망하면서 지난 8월 국정원 의혹 사건에 대해 활발히 재수사를 해온 검찰로써도 앞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무엇보다 피의자가 검찰 조사 이후 영장심사 직전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강압 수사' 등 의혹 제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앞서 국정원 수사팀은 2일 변 검사를 비롯해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검사(현 대전고검 검사), 고일현 전 종합분석국장 등에 대해 위계공무집행방해·위증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변 검사 등은 당시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 및 수사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 등을 마련하고 수사 재판 과정에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시킨 혐의를 받는다.
현직 검사 등이 포함된 검찰 수사 방해 세력에 대한 조사 속도는 매우 빨랐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국정원 사건 수사 방해 행위와 관련해 장 전 지검장, 변 검사 등 총 7명의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모두 2013년 당시 국정원 수사를 담당한 검찰 특별수사팀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국정원이 내부적으로 만든 TF 구성원들이었다. 당시 감찰실장이던 장 전 지검장을 비롯해 서 전 차장, 법률보좌관이었던 변 검사, 파견검사이던 이 검사, 고 전 실장. 하모 전 대변인, 문모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이 발 빠르게 움직이자 압수수색 당일 법무부도 장 전 지검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이 검사를 의정부지검 부장검사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각각 전보 조치했다. 기존 지휘 보직에서 비 지휘 보직으로 인사 조치한 것으로 이미 비 지휘 조직에 있던 변 검사는 인사 조치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이례적으로 압수수색 당일 이 검사를 곧바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고 서 전 국장과 장 전 지검장도 하루 이틀 간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TF에서 같이 활동한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을 지난달 28일 구속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을 구속했다.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6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투신한 서울 서초구의 변호사 사무실 건물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