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주주총회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한지 8년이 지났지만, 대기업 상당수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5개 그룹 계열사는 단 한 곳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이 29일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탁결제원과의 계약을 통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코스피·코스닥 기업은 1195개사로 집계됐다. 전체 2018개 상장사 중 도입률은 59.2%다.
시장별로 코스피는 도입 비율이 45.6%, 코스닥시장은 63.6%였다.
전자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을 직접 찾지 않고 인터넷 투표시스템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탁결제원이 2010년부터 도입했다. 상장사가 예탁결제원과 계약을 한 뒤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총 의안과 관련 자료를 올리면 주주들이 확인해 주총 하루 전까지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무는 아니다. 이 때문에 코스피 시총순위 100위 이내 기업 중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은 15곳에 불과했다. 시총 상위 30개 기업 중에서도 한국전력과 신한지주 등 단 2곳만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특히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계열사 중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모범기업으로 칭찬한 오뚜기(시총 93위)마저 전자투표제를 외면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룹사들이 전자투표제를 외면하는 것은 재벌 오너들이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불편하게 여겨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주총에서 주주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주식 수 기준 2.17%에 불과했다. 주주 수 기준으로는 0.21%다. 전자위임장 행사율 역시 각각 0.046%와 0.001%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상장사들이 매년 3월 특정일에 동시다발적으로 주총을 개최해 분산투자를 하는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면서 “그간 의결정족수 문제를 해결해온 섀도보팅제도가 올해 말 폐지되는 만큼 주총 무산을 막기 위해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는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여야는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심사해 처리할 방침이다.
예탁결제원은 주주총회 의결권을 인터넷 상에서 행사하는 전자투표시스템(K-evote, evote.ksd.or.kr)을 2010년 8월 23일 개통했다. 사진/뉴시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