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결국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장관으로 지명을 받은 뒤 5일만이다. 안 후보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여성과 성에 대한 표현 문제, 음주운전 경험을 털어 놓은 칼럼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청문회는 받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과거 허위 혼인신고 전력과 아들 문제 등 개인사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안 후보자는 여러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자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들을 만난 안 후보자는 미리 준비해 온 5페이지짜리 기자회견문 외에 별도로 시간을 내 일문일답을 가졌다.
기자들의 질문은 허위혼인신고에 집중됐다. 그는 이 문제를 청와대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저는 과거 2006년(국가인권위원장 임명 당시) 해명이 그대로 받아들여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 문제에 대해서 질의가 있었고 제 나름대로 소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후보자 지명 당시와 그 전후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확인한 바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청와대는 약 일주일 전에서야 사실관계를 안 후보자로부터 확인을 했다.
안 후보자는 “2006년에는 (청와대)에서 그렇게 깊이 질문하지 않았다. 기록에 나타나 있는 것과 저한테 물어서 그렇게 상황을 설명한 것은 모든 것이 저희 불찰이고 책임이라고 말했다”며 “당시에는 제가 제 입장을 얘기하면 불가피하게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제 나름대로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것이 문제가 되면 나를 임명에서 제외해달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 논란이 문제가 되면 사퇴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국민께서 저의 모든 부분을 평가해주셔서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수행할 것이고, 그래서 청문회까지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제가 분명히 거기에 대한 책임은 있지만 그러나 사퇴할 정도의 책임을 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달리 생각한다”며 “제가 모든 과거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닥친 국민의 열망이고 국정과제인 검찰개혁과 법무부의 문민화 과정에 저를 지명했기 때문에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은 제 개인적인 부분보다 더욱더 국민의 입장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후보자의 기자회견 후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를 하면서도 그는 “형사적인 문제는 부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인의 이혼 전력을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에는 “제가 이혼을 하는 것 자체가 국정을 수행하는데 결정적인 장애가 될 정도의 도덕적인 허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도 많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 여성이 모르는 사이에 여성의 도장까지 위조해 허위로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다. 즉 도덕성에 대한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공문서위조가 문제된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불거진 뒤 여론도 “공문서까지 위조한 전력이 있는 인사가 다른 자리도 아닌 법무부장관에 오른다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에 집중됐다.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안 후보자는 결국 자진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인사문제로 야권의 공세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청문회까지 완주를 한다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도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안 후보자도 이날 사퇴의 변에서 “저는 문재인정부의 개혁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됐다. 당장 조국 민정수석의 인사검증 능력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2006년 한 차례 스크린이 됐던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것이 큰 실책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매우 어려운 국면에 부딪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안 후보자의 사퇴소식이 전해지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퇴해 다행”이라며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책임을 지고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또 음주운전 전력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 파산지원센터에서 과거 강제 혼인신고, 여성비하적 발언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사죄 기자회견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