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 후보로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지명됐다. 새 정부 핵심과제인 검찰개혁을 이끌 인물로 조국 민정수석에 이어 학자 출신 법무부장관이 나올 전망이다. 안 교수가 임명되면 역대 처음으로 순수학자 출신 법무부장관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청와대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석 중인 법무부장관으로 안 교수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안 장관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한국헌법학회장을 거쳐 4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공익인권재단인 ‘공감’ 이사장을 역임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고문으로 영입해 멘토역할을 맡겼던 인물이다. 이번 지명으로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다시 한 번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당시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한 안 교수는 정권 교체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권위 축소 지시에 항거한 사례가 유명하다. 2009년 7월 임기 만료를 4개월 정도 앞두고 직을 던졌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측근인 현병철 한양사이버대학교 학장을 후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하고, 현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인권침해 사안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자 맹렬히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참여정부 초기 법무부 정책위원회위원장을 맡아 법무행정을 다룬 적이 있다. 법무부 정책위원회는 법무·검찰 개혁을 위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검찰인사위원회와 대검 감찰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청와대는 안 교수에 대해 “저명한 법학자이자 인권정책 전문가로 인권 가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소신파”라고 평가했다. 또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찰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법조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이끌고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인권의식이 뛰어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검찰개혁을 원만하게 해내실 분”이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다만 검찰총장은 검찰 내부의 신망 있는 인사를 임명해 검찰조직의 반발을 추스르고 인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교수를 잘 아는 한 중견 법조인은 "모든 상황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본다. 학자출신이라 의외라는 반응이 많겠지만 오히려 검찰, 나아가서 법원이나 재야법조계에도 빚이 없는, 실무법조계 출신이 아닌 학자 출신이 과감한 개혁을 위해서는 더 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중견 법관도 "매우 합리적이고 관록이 있는 분이다. 큰 그림에서 개혁을 이끄는데에는 손색이 없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엇박자를 낼 우려가 없어 일단 안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의외라는 반응도 없지 않다. 안 교수가 저명한 법학자이자 인권 전문가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지만, 비법조인으로서 개혁의 칼을 쥐고 앞서 나갈 만큼 검찰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평가다. 한 법관은 “개혁대상인 검찰 내부사정을 잘 아는 검찰 출신이 적임자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라며 “내부 공감 없이 외부 수혈로 개혁을 강행할 경우 조직에서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검찰 출신의 한 중견 법조인은 "수사입회나 재판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법무행정과 검찰권 행사의 문제점을 직접 경험하고 개혁방안을 고민한 실무 법조인들이 얼마든지 있는 상황에서 전혀 문외한인 분이 발탁돼 걱정"이라고까지 말했다.
안 교수의 장관 내정에 한 대검 간부는 “잘 모르는 분이나 신선한 리더십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안 교수)가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시는지는 모르지만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며 관망적인 자세를 보였다.
안 교수는 이날 내정 발표가 있은 뒤 "현직에서 퇴임한 학자로서 자유로운 연구와 저술 생활을 즐기다가 뜻밖에 공직 후보자로 지면받았다"며 "제가 만약 적정한 절차를 거쳐서 법무부 장관직을 맡게 되면 법무부의 탈검사화 등 대통령님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과 우리 국민생활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존중의 정신과 문화가 확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당시 안경환 새정치위원장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