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20대 국회가 개의한 지 30일로 꼭 1년이 지났다. 하지만 국회 본연의 업무인 입법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임기 첫날부터 적지 않은 법안을 발의하고도 통과율은 19대 국회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정쟁에 매몰된 탓이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 역시 5000건을 넘어섰으나, 인사청문회·추가경정예산안 등 대형이슈에 가려 법안 심사는 다시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300명이 하루 평균 법안 3.8건 처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은 모두 6825건. 이 가운데, 1376개를 심사해 1278개(수정·대안 포함)를 통과시켰고, 98개를 폐기 또는 철회했다. 법안 통과율은 18.7%다.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41%정도였다는 걸 감안하면 기대 이하다.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이 하루 평균 3.8건의 법안을 심사하는 데 그쳐 입법을 게을리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의원 수로 나눠보면 1인당 하루에 0.01건의 법안을 심사한 셈이다. 업무 성격상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대법관 1인당 하루 평균 8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1년 동안 단 1건의 법안도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입법은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이자 기본 임무”라면서 “국민 삶에 필요한 수많은 법안이 제대로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 못지않게 중요한 건 과정인데, 뒤늦게 몰아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졸속심사에 대한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의원들은 쟁점법안을 제외하고 대부분 법안의 내용도 모르고 투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본회의 표결 전 제안 설명을 통해 대표발의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설명하는 절차가 있지만, 시간이 짧아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뒤늦게 법률의 허점을 발견해 다시 개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입법처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따라 법률도 함께 개정되는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미흡한 상태로 처리되는 법안이 적지 않다”면서 “1차적으로 꼼꼼하게 법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2차적으로는 상임위에서의 진지한 논의를 통해 건전한 입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공약 등 5448개 법안 쌓였는데 처리 요원
현재 국회에는 5448건의 법안이 쌓여있다. 이 중 52건은 20대 국회 임기 시작일인 지난해 5월 30일 발의된 법안이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매년 정원의 5% 이상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토록 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2022년까지 지방소비세의 비중을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의 16%로 상향하는 부가가치세법,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등 내용도 다양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공약을 뒷받침할 법안도 다수 포함돼있다. 총수일가 등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등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동의한 규제프리존특별법과 같은 지역경제 활성화법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비정규직법 등 민생법안도 많다.
6월 임시국회가 문을 연 상태지만, 법안 처리에 진척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새 정부의 인사가 이어지면서 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10조원 규모의 추경안도 곧 국회로 넘어온다. 이런 대형 이슈들이 전면에 깔리면 법안 처리는 우선순위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뒤로 밀려난 법안들은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 결국 자동 폐기된다. 19대 국회에서도 이렇게 폐기된 법안만 1만건이 넘었다.
19대 국회 말 국회가 휴업하는 홀수 달 중 3월과 5월 셋째 주에 상임위를 열도록 강제했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의원 스스로 입법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구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20대 국회가 1년 동안 법안 통과율은 18.7%에 그쳤다. 사진은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텅 비어 있는 국회 본회의장.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