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새 정부가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재벌개혁이 10대그룹을 정조준한다. 특히 일감몰아주기와 금산분리 규제 강화는 총수일가의 지분 변동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 재계의 긴장감이 예사롭지 않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기반한다. 대기업집단에 한정되며, 총수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비상장사는 지분 20% 이상)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규제·처벌하는 내용이다. 규제 대상이 되면 연간 거래액 200억원 미만, 거래 상대방 매출의 12% 미만까지만 거래할 수 있다.
정부는 규제 대상 중 상장사에 대해서도 지분율을 20%로 낮춰 확대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여당의 지위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당론으로 확정했고, 박근혜정부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공정거래위원회도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 경우 10대그룹 상당수가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이미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삼성물산(총수일가 지분 31.17%)을 제외하더라도,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29.99%)와 이노션(29.99%)이 규제 대상이 된다. 이밖에 롯데그룹의 롯데쇼핑(28.77%)과 롯데정보통신(24.77%), GS그룹의 GS건설(27.99%)도 새롭게 규제 대상에 편입된다. 10위권 밖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이콘트롤스(29.89%)가 제재 대상으로 분류된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해당 그룹의 총수일가가 지분을 처분해 규제를 피해갈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주식을 처분하더라도 외부의 우호세력에 넘김으로써 지배력은 계속 이어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기는 유동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5일 “규제 강화가 현실화되더라도 시행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라며 “당장 지분을 정리한다거나, 그 계획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업종에 따라 지분 처분 대신 자생력 강화로 방향을 고민 중인 곳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광고계열사인 이노션은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수합병 등을 통한 신규 광고주 발굴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대와 함께 정부가 금산분리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구축은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제도다. 통합감독시스템 공약을 만든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심포지엄에서 “사실상 금산분리 규제가 필요한 유일한 재벌은 삼성 하나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로, 삼성생명을 빼고 논할 수 없다. 이에 삼성은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로 전환, 금산분리 규제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좌초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 보험, 증권 등 개별 금융사의 부채 총액과 자본금 등을 파악해 건전성을 판단하는 권역별 감독을 시행 중이다. 그러다보니 개별회사만 문제가 없으면 금융그룹 전체 자본의 흐름이 부실해도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 통합감독시스템이 도입되면 당국은 금융회사의 자본 적정성을 그룹 차원에서 평가한다. 계열사 간 출자금액을 차감한 뒤 금융그룹 전체의 자본이 적정한지를 판단하게 된다. 또한 금융계열사를 통해 고객자금을 불법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금융계열사와 금융계열사 간 대출 등 내부거래를 대폭 제한한다. 금융그룹 내 대표 금융회사를 선정, 모든 금융 자회사의 재무상황과 리스크도 보고 받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통합감독 선정 기준이 명확히 나오진 않았지만, ‘금융자산 5~10조원 이상’, ‘그룹 내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인 그룹이 거론된다. 삼성은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삼성생명의 총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64조7000억원으로, 이중 삼성전자 주식보유분이 19조1000억원(지분율 7.55%)이다. 규모로만 놓고 보면 자산 총계가 10조원 이상인 금산결합그룹 10곳 중 금융계열사 자본 총계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4%에 이른다.
무엇보다 계열사 간 출자금액을 차감하고 금융그룹 전체의 자본 적정성을 따지게 되면 삼성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삼성생명이 적정 자본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매각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 대기업집단 금융회사가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 이전에 주식(삼성전자 지분 7.55%, 삼성화재 1.32%)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피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바 있다.
삼성 외에 또 다른 통합감독 대상은 한화·미래에셋·교보·한국투자·동부·현대차·롯데·태광 등 8곳이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