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대선을 바라보는 재계 시선에 초조함이 역력하다. 정권교체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고강도 사정을 동반한 재벌개혁도 대기 중이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까지 있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리가 1차 타깃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새 대통령은 이를 통해 구 여권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이는 다시 새 정부의 국정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권교체의 동력이었던 촛불민심에도 부합한다.
문제는 득표율이다. 대선 득표율이 40% 초반에 머물 경우 사정을 통한 쇄신보다는 통합으로 방향타가 수정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재계와의 선긋기가 가져올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내건 만큼, 민간 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정경유착 고리는 끊어야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를 존중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눈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쏠린다. 이 부회장은 구속 상태에서, 신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각각 재판을 받는다. 새 정부 출범과 정경유착 근절을 바라는 민심을 재판부가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부담 요인이다.
박근혜 정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보수단체를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도 사정권 내에 들어있다. 재계 돈을 받은 곳은 어버이연합 등 정부와 가까운 보수·우익 단체로, 이들은 정권과 밀착해 친정부 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초 4월 중 수사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대선 정국에 장기 표류하는 양상이다. 전경련은 청와대 지시로 자체 자금을 비롯해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들로부터 걷은 별도의 돈을 더해 2014년 24억원(22개 단체), 2015년 35억원(31개 단체), 2016년 9억원(22개 단체)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혐의는 배임과 탈세, 금융실명 위반 등이다. 그간 야권이 전경련 해체를 주장해온 만큼 전경련 존폐를 결정짓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방산 비리 등에 대한 전면 재수사 여부도 기업들을 초조하게 만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사권을 부여한 ‘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통해 과거 적폐를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비리, 방산 비리, 자원외교 비리도 다시 조사해 부정축재가 있으면 환수하겠다”고 했다. 국회에는 이미 비리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특별법이 발의돼 있다.
명분도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4대강 사업에서 턴키방식으로 발주한 공사 27건 중 19건(70%), 낙찰금액으로 4조4000억원의 담합을 적발했다. 현대건설, 대림건설, GS건설 등 12개 건설사에 총 14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5년에는 한화건설, 태영건설이 입찰금액을 짜맞춘 사실을 발견됐고, 삼성중공업, 두산건설, KCC건설은 각각 들러리 건설사를 내세워 공사를 따낸 사실이 들통 났다. 공정위는 8개 건설사에 과징금 98억원을 부과했다. 이들이 취한 폭리에 비해 과징금이 턱없이 적다는 비판도 있다. 이들이 담합으로 취한 폭리는 1조원이 넘는다. 본격적인 재조사에 착수하면 단순 담합 외에 발주 전 단계부터 수주, 공사 등 전 과정에서의 불법 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
방산비리와 자원외교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국회는 2015년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조사를 벌였지만, 의혹의 핵심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르지 못했다. 자원외교는 포스코와 경남기업 뿐 아니라 다른 민간기업과 공기업, 정치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하다. 방산비리 조사 또한 여러 의혹만 남긴 채 맥없이 끝났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7일 “지난 정부에서 방산비리와 자원외교 수사를 했지만 수박 겉핥기식이었다”면서 “국민의 생명 및 재산와 직결된 두 사건은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 적폐를 드러내고 책임자 처벌을 통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선주자들이 공통적으로 ‘국민통합’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무리한 사정은 반대 진영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사정의 부작용이 작지 않은 데다, 검찰개혁을 공언하면서 사정기관을 동원한다는 것이 자칫 모순으로 비춰질 소지도 다분하다. 역대 정권의 사정이 이득만 가져왔던 것도 아니다. 상당한 출혈을 감내해야 했고, 진영논리에 사회가 분열되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사면권 제한을 공약한 상황에서 재계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스스로 덫에 빠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