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10월까지 증권사들이 주도해온 자산운용 부문의 신탁업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나서면서 은행업권과 금융투자업권이 이를 두고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민관합동 TF(태스크포스) 회의가 이달 초 처음 열린 가운데 각자의 해당 업권이 자산운용 시장에서 신탁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치열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신탁업법 분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에 대해 적극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칫 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법을 분리하는 방안이 무산될 것을 우려한 대응조치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폐지된 신탁업법 부활이 논의되고 있는데 금투협을 중심으로 은행권을 겨냥한 반대 목소리가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은행권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법 제정 취지와 필요성에 대한 설명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국내 금융시장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신탁업을 자본시장법으로부터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에 한정해 신탁을 금전신탁 중심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자본시장법에서 분리해 신탁을 다양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자본시장법 관리 아래서에서 금전신탁과 재산신탁으로 나누는 신탁의 분류체계로는 신탁 자체의 유연한 기능이 제한되기 때문에 개인신탁, 기업신탁 등의 고객중심 분류체계로 변경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전신탁 가운데 특정금전신탁은 '특정' 개념으로 인해 판매 프로세스나 자산운용 방법에서 여러가지 제한을 받는다"며 "표준화 상품판매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홍보가 불가능하고 소극적 대면영업이나 위탁자의 지시에 따른 운용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신탁은 모든 금융업권이 공유하고 있는 비즈니스"라며 신탁 제도 개편에 대해 "금융권 전체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금리 시장 아래에서 자산관리에 대한 새로운 금융수요가 생겨나고 있는데, 신탁업이 증권사의 고유 업무 영역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금융업권이 신탁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신탁업이 금융투자업을 다루는 '자본시장법'으로 규율돼, 신탁이 종합재산관리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지난달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로 '신탁업 제도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에 증권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의 고유 영역인 자산운용 시장을 은행이 뺏어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증권업계가 예금을 받겠다고 나서지 않는 것처럼 은행도 자산운용업은 건들지 마라"며 "신탁이라는 기구를 다른 업권에서 자산운용업을 직접 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증권이나 자산운용업권에서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회장은 "자본시장법에 신탁업법이 흡수된 것은 동일 행위에 대해 동일 규제를 한다는 원칙하에 이뤄졌다"며 "증권사, 은행, 보험사도 신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행위를 중심으로 규제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탁업법을 자본시장법에서 분리할 필요 없이 자본시장법 내에서 개정하면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은행연합회가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은행권과 증권업계와 자산운용 시장을 둔 전면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급속화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자산관리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새로운 신탁업자 출현을 목표로 하는 신탁업법 개정 작업은 업권을 가리지 않는 전면전이 펼쳐질 것"이라며 "우선 당장은 신탁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증권과 은행업간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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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