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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특검보 지명 이게 최선입니까?"
'강성 후보' 4명 피했지만 특검보 면면 만만치 않아
입력 : 2016-12-05 오후 10:08:0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수사할 특별검사보 4명을 임명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후보 8명을 추천한 지 3일 만에 결정한 것을 보면 박 특검이 낸 시험지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5일 박충근(사법연수원 17기), 이용복(18기), 양재식(21기), 이규철(22기) 변호사를 특검보로 지명했다. 이규철 변호사만 판사 출신이고 나머지 세 명은 검사 출신이다. 박 특검이 구상한 특검보진은 판사 출신 2명 대 검사 출신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오히려 검사 출신 변호사 3명을 지명했다. 이것이 박 대통령으로서, 또 박 대통령에게 참모판단을 해야 하는 주무참모인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최선이었을까.
 
박영수 특별검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강배·이재순·임수빈·최운식 배제
 
이번에 후보로 오른 8명 가운데 특검보에서 제외된 문강배(16기), 이재순(16기), 임수빈(19기), 최운식(22기) 변호사 등 4명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껄끄러운 상대들이었다. 특히 문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뒤에서 받치고 있는 최 수석보다 사법연수원 1기수 선배다.
 
문 변호사는 판사 출신에 변호사로 개업한 지 16년이나 됐지만 2008년 ‘이명박 BBK 특검(정호영 특검)’ 당시 특검보를 역임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신분은 대통령 선거 당선인 신분으로, 사실상 살아있는 권력이었다. ‘내곡동 특검’을 빼고는 이번 사건과 판이 가장 흡사하다. 그만큼 문 변호사가 이번 사건에 밝다는 얘기가 된다.
 
참여정부 청와대 사정비서관 출신으로,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이 변호사도 내키지 않는 상태다. 이번 사건의 의혹에는 ‘세월호 7시간’, ‘비아그라 등 비상식적 약물의 대량 유입’ 등이 포함돼있다. 이 변호사는 이번에 추천된 후보 중 유일하게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로, 청와대 사정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박 대통령에게는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PD수첩 사건 수사 항명파동’으로 잘 알려진 임수빈 변호사는 이번에 추천된 후보 중 가장 강성이다. 그는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검사로 있으면서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라는 검찰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최운식 카드' 가장 고민했을 듯
 
최운식 변호사는 최 수석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가장 망설여지는 후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변호사로 개업한지 1년이 갓 넘었다. 지금 당장 현역으로 돌아가더라도 ‘칼잡이’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다. 게다가 최 변호사는 사실상 합동수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2012년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장을 맡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반면, 최 수석과는 현직에서의 인연도 적지 않다. 최 변호사는 최 수석이 2002년 법무부 검찰국 검사로 있을 때 한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2004년에는 수원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최 변호사의 특기가 특수수사의 한 갈래인 금융조세범죄 수사로 최 수석과 업무 스타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최 수석은 최 변호사를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특검보 4명 가운데 검사 출신 특검보 3명은 최 수석과 가깝거나 시각에 따라서는 이른바 검찰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야전형 검사 출신이라는 특징이 있다. 검찰을 떠난 지도 모두 6년~8년으로 비슷하다. 검찰 내 비주류로 보는 시각은 오히려 '우병우 라인'과 명확히 선을 긋겠다는 박 특검의 포석이 들어 맞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맏형인 박충근 특검보는 사법연수원 17기로 최 수석과 동기다. 두 사람은 평검사 때인 1994년 서울지검에서 같이 근무했고 2000년 최 수석이 광주지검 해남지청장을 할 때 박 특검보는 광주지검 부부장으로 일했다. 두 동기생은 2004년 수원지검에서 다시 만난다. 최 수석은 수원지검 형사4부장, 박 특검보는 같은 지검 강력부장을 역임했다. 당시 최 수석은 이미 대통령 법률비서관실과 대검 연구관, 법무부 검찰국 검사, 검찰2과장을 거쳤지만 박 특검보는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 창원지검 밀양지청장, 부산지검 강력부장 등 일선 검찰청에서 근무했다.
 
맏형 박충근 특검보, 최 수석과 동기
 
수원지검에서 같이 근무한 뒤 최 수석은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조실장, 대검 중수부장 등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반면 박 특검보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춘천지검 차장, 대전지검 천안지청장 등 야전 지휘관으로 돌다가 최 수석이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법무부 기조실장을 거쳐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취임한 2010년 8월 검찰을 떠났다. 
 
이용복 특검보와 양재식 특검보는 법무부와 대검 등 상급 검찰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적다. 양 특검보는 법무부 송무부에서 2년간 근무했지만 이 특검보는 법무부나 대검에서 근무한 적이 검사시절 동안 한 번도 없었다. 박 대통령과 그의 참모인 최 수석은 이 같은 점들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에 임명되는 특검보들은 결코 녹녹치 않다. 박충근 특검보는 검사 경력 21년 동안 크고 작은 수사를 치른 백전노장이다. 2003년 부산지검 강력부장검사 재직 당시에는 ‘대북송금 의혹사건’ 특검팀에 부장검사로 파견돼 국가적 대형 사건을 수사했다. 현재 ‘내곡동 특검’으로 활약한 이광범 변호사가 있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의 대표변호사다.
 
이용복 특검보도 검사경력 16년으로 여러 수사경험이 많으며, 특히 2005년에는 사법연수원 교수를 맡아 특수수사론을 강의할 만큼 특수수사에 일가견이 있다. 2012년 ‘디도스 특검’ 당시에도 특검보를 맡아 활약한 만큼 특검팀 수사에 밝다. 검사 출신 특검보 중 막내격인 양재식 특검보 역시 검사경력 18년의 베테랑이다. 특히 박 특검이 개업 후 2011년부터 로펌을 옮겨가면서까지 박 특검과 함께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을 만큼 박 특검의 심중을 잘 이해하고 있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박 특검의 지휘 스타일을 가장 잘 보좌할 수 있는 인물이다.
 
판사 출신 이규철 특검보 주목
 
유일한 판사 출신인 이규철 특검보는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조세)과 춘천지법 원주지원장을 역임했다. 판사 시절에는 법리와 소송지휘 면 모두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변호사로 개업한 뒤에는 조세를 비롯한 기업관련 형사사건에 특히 강세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검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박 특검은 박 대통령이 특검보 4명을 지명한 직후 예상치와 결과가 근접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8명을 추천했고 8명 다 예상했다”고 밝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치밀하게 대비한 결과임을 에둘러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6일 특검에 맞서는 변호인단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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