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대통령·재벌, '최순실 게이트' 또 빠져나가나
특수부 검사 ·반부패 판사 출신 법조인들 "뇌물죄 적용 어려워"
입력 : 2016-11-03 오후 6:53:2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0·개명 최서원)씨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을 두고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전날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일단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와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뇌물죄 구성여부와 관련해 “자금의 성격상 뇌물 구성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3일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봐주기’라며 뇌물죄 또는 제3자뇌물죄 적용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강제모금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부정한 청탁이 모두 충족돼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만 뇌물 사건을 전문으로 수사 또는 판단해 온 법률전문가들은 검찰의 혐의 적용을 상당부분 긍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무적으로 봤을 때 이번 사건은 제3자 뇌물죄 또는 이보다 범위가 넓은 단순 뇌물죄 성립이 어렵다는 얘기다.
 
뇌물죄 적용 여부는 이번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양형상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죄보다 무겁기도 하지만 최씨와 안종범(57) 전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을 통로로 재단 설립자금을 지원한 대기업과 박 대통령이 동시에 공여자와 수수자로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정경유착의 고리인 것이다.
 
중간에 최씨와 안 전 수석이 끼어있기는 했지만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을 지시했고, 대기업들도 최씨나 안 전 수석이 아닌 대통령을 보고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물론 대기업들은 자금을 지원하면서 박 대통령 임기 중 어느 정도 혜택을 보지 않겠느냐는 대가성에 대한 인식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왼쪽)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특수부 수사 경험이 많은 차장검사 출신의 최모 변호사는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 속단할 수 없다”면서도 “우선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관련성 뿐만이 아니라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까지 면밀히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3자 뇌물죄가 거론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재단설립 모금을 안 전 수석 등에게 지시했고, 설립 자금이 재단을 거쳐 최씨에게 전달돼 최씨가 거액의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과 지원을 검토해보고 추진할 것을 지시한 것이라면, 이것은 통치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제3자뇌물죄 성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기업들이 적자가 난 상태에서 무리해서 재단설립 자금을 기부한 것에 대해서도 최 변호사는 “그렇다고 해서 대가성이 충분히 인정돼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부에 대한 손익관계는 어느 한 시점만 봐서는 안 된다”며 “기부 당시 적자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그 직후 매출이 늘어 이익이 있었다면 결국 문제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해석에는 두 재단에 기부한 대기업 경영진에게 횡령이나 배임죄의 책임도 묻기 어렵다는 의미도 있다.
 
최 변호사는 “최씨가 재단을 통해 받은 대기업의 기부금을 전부 또는 일부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면, 그것은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것이지 기업이나 재단 설립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이런 점에서 검찰이 공무원인 안 전 수석에게 일단 직권남용이나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변호사는 다만, “박 대통령이 애초부터 최씨를 위해 재단설립을 해줬고 기부자금이 최씨에게 전달됐다는 것도 알았다면 제3자 뇌물수수가 문제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지금 판단하기는 매우 이르다. 검찰 수사를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공무원 뇌물 등 부패범죄사건을 전담했던 부장판사 출신의 A변호사도 비슷한 분석을 했다.
 
A변호사 역시 수사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제로 “기본적으로 뇌물죄는 공무원이 돈을 받는 범죄이기 때문에 대기업으로부터 모은 재단 자금이 일반인인 최씨에게 흘러간 것만으로는 뇌물죄 성립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이득을 본 것 역시 제3자 뇌물죄 성립이 어렵다고 A판사는 말했다. 그는 “제3자 뇌물죄는 뇌물죄와는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며 “설령 대기업이 자금을 기부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안 전 수석을 통해 부정한 청탁을 전달했더라도 이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A변호사는 비교적 구체적 정황이 밝혀진 삼성그룹도 현재로써는 뇌물죄 적용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10억원 상당의 말을 사주고, 독일에 있는 최씨 소유 법인에 매달 상당한 돈을 송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변호사는 “박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씨에게 돈을 건넨 것은 대통령에 대한 암묵적 청탁으로 포괄적 뇌물죄 적용을 검토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 경우 기업들의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으면 제3자 뇌물죄가 아닌 단순 뇌물죄를 적용해야 하고, 뇌물죄는 공무원인 대통령이 직접 금품을 받은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역시 지금으로써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때의 뇌물죄 대상은 최씨와 박 대통령의 문제이지 자금을 재단에 기부한 대기업들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변호사는 이어 “국민의 법감정상 당연히 박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관련자들을 뇌물죄를 적용해 엄정히 수사하고 처단해야겠지만,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실무에서는 조문을 엄격히 해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변호사는 최근 불거진 부영건설의 부정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도 “돈을 요구하고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은 안 전 수석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할지는 몰라도, 안 전 수석이 이를 박 대통령에게 그대로 보고하고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부영건설 사례에서도 역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은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들과 부패전담 재판부 출신 변호사들도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출신의 B변호사는 “갑자기 오늘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나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B변호사는 이어 “다만 검찰이 가능성을 열어놓지 않고 현시점에서 뇌물죄 적용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한 것은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