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김형석기자]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해외 도피자금을 마련하면서 외환거래법 위반, 조세포탈 등 금융범죄를 저질렀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사태 파악이 진행되는 가운데 검찰이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최씨의 계좌추적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들도 일선 자산관리(PB) 부서 등을 중심으로 최씨와 관련성 여부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씨 일가의 금융거래 정황이 가시화되면서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당초 검찰 조사의 진행 상황에 맞춰 움직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최씨의 금융거래와 관련해 절차상 의혹이 제기되면서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검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내부 논의를 거쳐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외화대출의 경우 외환감독과 일반은행 부문에서 다뤄질 수 있는데 직간접적으로 관련 사항이 나올 수 있으니 검찰수사 진행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는 최씨 모녀가 강원도 토지를 담보로 25만 유로(3억2000만원 가량)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KEB하나은행의 지점장이 최씨 모녀의 강원도 평창군 땅을 담보로 '보증신용장'을 발행해줬고, 이 신용장을 근거로 KEB은행 독일법인에서 외화대출을 받았다. 개인이 보증신용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을 통해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측은 지금까지 파악된 내용상으로는 독일법인의 외화대출 과정에서 불법적인 정황은 없다고 해명했다. KEB하나은행 인사 과정에도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해외 주택을 구입하려는데 담보가 없을 경우 국내 부동산을 담보로 공인된 기관(은행)의 신용장을 활용한다"며 "대부분 기업들이 이 방식으로 해외에 투자하지만 개인도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최씨와 관련된 자금거래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PB부서를 중심으로 최씨와 관련된 자금 운영 여부 확인에 나섰다"며 "자금을 관리해온 은행으로 의심받을 경우 자산관리 평판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검찰이 최씨가 설립을 관여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의 계좌 수사에 나선 가운데 최씨 명의가 아니더라도 차명계좌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은행에서는 "최 씨를 비롯한 주면인들의 계좌 등은 검찰이 계좌조사에 들어가기까지 은행들도 함부로 조회할 수 없다"며 "지금은 의혹이 터져나오는대로 해명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초조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국정개입 논란 후폭풍에 긴장을 하고 있다. 서울 모은행 본사 로비에서 은행원들이 분주하게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