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당국이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후속 대책을 놓고 오락가락 구조조정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담당하는 법원과의 협의 없이 청산을 전제로한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매각 계획을 밝혀 시장의 혼란을 주고 있다.
이마저도 합병 계획은 없다던 계획을 하루만에 번복한 것이다. 지난 4월 이후 컨트롤타워가 없이 대비책을 내놓지 모하다가 이번 주 조선·해운 부실 관련 청문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 우량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과 현대상선이 우량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신규 자금을 지원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진행하는 법원은 반대의 입장을 내놓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자료를 통해 "금융위가 발표한 현대상선을 통한 한진해운 우량자산 인수 방안은 법원과 전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법원은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적정가격에 한진해운 영업 또는 자산을 양도하는 방안도 배제하고 있지 않으나 이는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청산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실제로 금융위나 해수부는 한진해운 관련 후속조치 발표 전 법정관리의 주체인 법원과 협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우량자산 매각안도 며칠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은 현재 상황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지만, 이달 1일에는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우량자산 인수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기로 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모든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는 전형적인 인수합병(M&A)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피합병법인 모든 자산과 부채를 인수해야하고 고용승계의무가 있는 M&A가 아닌 고용승계의무가 없이 인수자가 원하는 우량 자산만 인수하게끔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산부채이전방식(P&A)이 맞다"고 설명했다. 합병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원의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실현 불가능한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번에 P&A 방식이 맞다고 하더라도 금융위가 '인력 인수'를 이번 한진해운 우량자산 매각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M&A와 다르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기"라며 "이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버렸기 때문에 해외 영업망은 소용이 없게 됐고 선박만 건질 수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잡음은 오는 8~9일 국회에서 열리는 '조선해운업 부실규명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의 영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야당 의원들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정치권까지 뒤숭숭하자 금융당국이 비난을 면하기 위해 뒤늦게 요식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