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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우울증 상태'에서 남편 살해한 주부 징역 2년 확정
대법 "심신상실 아니었고 가정지키기 위한 행위 정도 넘어"
입력 : 2016-09-04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20년간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우울증 등을 앓아오다가 흉기를 들고 자신을 살해할 것처럼 협박한 남편을 살해한 가정주부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주심 김신 대법관)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44)에 대한 상고심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남편 B(58)1995년부터 동거해오다가 20032월 혼인했지만 2014년 협의 이혼했다. 이후 B씨는 20156월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6개월 형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한 뒤 지낼 곳이 없다며 A씨와 세 자녀가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찾아와 함께 살게 됐다.
 
그로부터 10일쯤 뒤인 어느 날 A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A씨의 외모를 비하하면서 욕설을 하기 시작해 그 다음 날 새벽까지 온갖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A씨의 부모와 동생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A씨가 도대체 왜 그러냐. 조용히 좀 살면 안 되겠냐며 대들자, B씨는 발로 A씨를 폭행하고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잠에서 깬 자녀들이 자신을 말리자 A씨는 너희는 고아원에나 갈 준비해라며 안방 쪽으로 가다가 바닥에 쏟아져 있던 술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순간 A씨는 20년 동안 B씨로부터 온갖 괴롭힘을 당하면서 자신이 우울증까지 얻고 같이 살게 된 뒤에도 폭언과 폭행이 계속되자 B씨를 그대로 두면 자신과 자녀들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쓰러져 있는 A씨의 머리를 절구공이로 내려치고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범행 이후 A씨는 자수했고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A씨는 정당방위 내지는 과잉방위를 주장하는 한편, 사건 당시 자신이 우울증 등으로 인해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의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배심원 9명 전원은 만장일치로 살인죄의 유죄를 평결하고 4명은 징역 13개월을, 5명은 징역 2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양형의견으로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결과 양형의견을 고려해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심신미약과 심신상실 상태의 범행이라는 A씨의 주장을 물리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와 검사 쌍방이 서로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1심판단을 유지하면서도 A씨가 20년간의 극심한 가정폭력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얻은 것이 범행의 간접적 원인이 됐고, 사건 당시에도 A씨가 심각한 우울증세를 가지고 있었다며 1심과는 달리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1심에서 이미 A씨에게 유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며 감형하지는 않았다
 
이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피고인이 범행 당시와 이후의 사정에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를 살해한 행위는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피고인에게 살인죄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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